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같은 작품의 제작 소식을 들을 때면 매번 의문을 품게 된다.
이미 영화로 숱하게 제작되었는데 왜 또 만들어야하지?
오리지널로 좋은 작품을 만들기 힘드니 고전을 리메이크하려는 게으른 제작 아닌가?
꽤 많은 작품은 나의 의문을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하지만
다행히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이 작품을 왜 리메이크 하는지 꽤 뚜렷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크게 와닿은건 전쟁씬의 때깔이다.
이 작품에서 전쟁 씬은 치열한 두뇌 싸움이라든지 작전 성공의 쾌감, 긴박감 같은 것을 찾을 수 없다. 더 없이 서늘한 색감으로 이루어진 화면 속에서 오로지 전쟁에서 떨고 있는 어린 병사만 어쩔 수 없이 따라갈 뿐이다. 어린 병사에게 전투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저 살기위해 나를 죽이려는 자를 죽일 따름이다. 부감을 인상적으로 활용한 제임스 프렌드의 촬영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각색 또한 충분히 독창적이다.
원작을 재창조했다는 표현이 제일 어울릴만큼 과감하게 변화를 많이 주었고
그러한 변화의 시도가 대개 유효하다.
영화에 대해 찾다보니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앞서 제작된 2번의 영화화는 모두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독일에서는 한 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는 것.
여러모로 충분히 납득이가는 제작이었고 대단히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다.
여전히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에 노미 되지 못한게 어이없고
나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당연히 헤결에 한표 했겠지만
이 작품이 국제 영화상을 수상한 것에 크게 불만은 없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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