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23. 6. 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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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 안좋은건 알고있었으나 

전도연의 최신작을 너무 안봤고 -_-; 너무 한국 대중영화와 동 떨어진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이상한 의무감(?)을 가지고 길복순을 보았다. 

평이 안좋아봐야 그냥 팝콘 무비기도 하고,,

 

근데 이거 팝콘 무비 주제에 무슨 러닝타임이 이렇게나 긴지;

'똑같은 돈 내고 러닝타임 길면 좋은거 아님?' 이라는 제임스 카메론 옹의 주장은 

아무리 거장이라지만 요즘 시대에 안맞는 말이고 

2시간 넘겼으나 합당한 명분이 없다면 혹평은 감수해야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길복순은 2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을 끌고 가야할 명분을 설득하지 못한다. 

대체로 유치한 설정들은 액션 시퀀스만 훌륭하다면 이해해줄수 있지만

그 전제조건은 배경설명이 압축적이고 짧아야 한다는 거다. 

길복순은 중요하지않은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이야기 진행도 느리다. 

심지어 캐릭터까지 매력이 없다. 

같은 넷플릭스 작품인 BEEF를 보라.. 최소한의 인물들로 5시간 러닝타임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솔직히 길복순이랑 비교하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길복순의 세계관 또한 허술한 것에 비해 너무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길복순이다. 

글로벌 기업 MK엔터에서 이상하리만치 편애하는 인물인데 실력이 No.1이냐? 그렇지않다. 

정면승부하면 황정민에게도 지고, 설경구한테도 진다. 

킬러는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넣음으로써 두 패배를 보완하지만 그렇다고 길복순이 특별히 약점을 잘 공략한다는 건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지만,,, 이것도 참 뜬금없다 쓰잘데기 없는 설정이 왜 이리 많은지

 

MK엔터 설정도 참 구리다. 

굴지의 넘버원 기업인데도 불구하고 길복순에 이상하리만치 의지하는 설경구도 설명이 안되지만 

(설경구의 감정은 설명이 될 수 있으나 보면서 저딴게 넘버원 기업? 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회의장에서 그냥 신상사 칼로 까버리는 장면은..ㅋㅋㅋㅋ 애초에 그 정도로 다 깔 수 있는 권력과 파워라면 길복순의 행동도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을 것이다.

설경구가 신상사를 죽인 장면과 길복순이 이솜을 죽인 장면은 

보통의 작품에서 캐릭터가 아무리 파워가 세고 권력이 막강해도 함부로 주변 인물을 죽이지 않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오프닝 시퀀스이다. 

황정민의 특별출연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이렇게저렇게해도 각이 안나오니 무기 바꾼다면서 총을 들고와서 쏴버린 부분이다. 

나는 정치인 얘기하면서 공정한 경쟁하는 것도 그렇고 일기토 하다가 총으로 죽인 것도 그렇고

이 작품이 개그가 많이 가미된 액션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하지 않나;;

 

근데 문제는 뒤에는 개그코드가 거의 없고

갑분 아이 정체성 문제 같은게 튀어나오는 -_-;

엄마가 킬러인걸 숨기고 

아이는 동성애를 숨긴다는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근데 길복순이 가지고 있는 더럽게 많고 잡다한 설정들이 도통 융화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2시간 17분이라는 러닝타임까지 필요가 없는 영화였다. 

설정을 좀 많이 걷어내고 등장인물도 줄이고 1시간 35분 쯤으로 끊었으면 훨씬 좋았을 영화였다. 

 

배우들도 좋은 평가는 못하겠다. 

전도연은 여전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액션배우로서 타고난 자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길복순의 설정에 빨려들어가지 못하고 자꾸 의구심을 품게 되는 건 그녀가 액션배우로서 치명적인 매력을 뿜지 못하는 것도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약한 모습이 더 강조되어서 기억되는 것이다. 

(물론 시나리오상으로 허점이 없었으면 될 문제다. 근본적으로는)

 

설경구는 이경영 성대모사 하는 것 같고 

이솜은 좋지않은 캐릭터를 연기력으로 설득시키지  못했다. 발연기라고 부르고 싶은 장면도 있었지만 캐릭터가 구렸으니 너무 뭐라하고 싶진 않다. 여전히 이솜은 기대되는 배우다. 

구교환은 연기력을 뽐낼 장면도 없었다. 캐릭터 귀한 줄 모르고 쉽게 소비만 해버리는 ㅠㅠ

 

유일하게 좋다고 느낀 배우가 김시아였다. 

우리집에서도 이정도로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정도 포텐셜이라면,, 아직 성인도 안된 배우긴하지만 얼른 새로운 주연작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마지막으로 액션 시퀀스들도 나는 특수효과들이 좀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었지만

어쨌거나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부분들이니 그것까지 깎아내릴 필요는 없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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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