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22. 11.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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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피가로~피가로>라는 독특한 제목의 영화. 원제가 조금 딱딱한 느낌이어서 아무래도 과감한 시도를 한 듯한데 그리 인상적이지는 ^^; 않다. 

시놉시스는 성공적인 애널리스트인 밀리가 자신의 꿈을 위해 오페라 가수에 도전한다는 심플한 이야기이다. 비전공자의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메릴 스트립 주연의 <플로렌스>나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가 생각나기도 한다. 영화 산업적으로 대단한 수요가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나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홍보자료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건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 뿐만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주인공이 최고가 되든 되지않든 수련을 통해 높은 레벨이 될 것이란 건 안봐도 비디오니까.. 장르의 융합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요소였다. 

 

영화가 시작되면 오페라를 보며 본인이 무대에 올라가는 상상을 하는 밀리의 모습이 나온다. 이후 펀드 매니저를 그만두고 스코틀랜드 시골에 들어가 노래를 배우는 모습까지 아주 익숙한 플롯이 펼쳐지는데 특이했던건 밀리라는 여성이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영화가 포커스를 계속 맞춘다는 점이었다. 능력있고 멋있으면서 순종적인 남자친구와 회사에서 최고의 대우를 해줌에도 불구하고 그걸 걷어차고 꿈에 도전하는 멋진 여성. 아니나다를까 노래에 재능이 있었고,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우는 맥스는 자신이 노래 부르는 모습에 반해서 자신을 좋아하게 된다. ㅋㅋ 이게 하이틴 무비가 아닌데.. 너무 판타지 적이다. 애초에 오페라라는 소재를 정한 이유가 빅걸이라는 특징이 장애물이 되지 않는 소재여서 정한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영화는 빅걸의 판타지 실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근데 이게 문제가 뭐냐면 밀리라는 인물은 아무런 문제도 장애물도 없기에 이야기가 너무 밋밋하다. 노래를 배우기 위해 찾아간 스승이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들만큼 괴팍한 것처럼 묘사되고 실제로 독설을 내뿜지만 그것도 잠시고 이내 츤데레 선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깐 밀리라는 인물은 그다지 결핍이 없고, 결핍이 없는 인물은 매력적이지가 않다. 오히려 맥스와 선생의 서사가 더 흥미롭다. 

 

로맨틱 코미디적인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부족하다. 어쩌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단어가 이 영화에 부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스타 싱어>라는 프로그램에 맥스와 밀리가 도전하는 데 있어서 싹트는 사랑이 중요하게 작용을 하지만 조금은 밍밍하다. 앞서 얘기한 밀리라는 캐릭터의 한계 때문에 스스로 핸디캡을 안고 영화를 만드는 꼴이 되어버린 셈이다. 결론적으로 성장 드라마로서도 그렇고 로맨스적인 측면에서도 얕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재밌었던건 선생님과 맥스 사이의 묘한 기류? 비스무리한 것이다. 초반부에 어깨에 기대는 장면이라든지.. 선생님이 남자랑 잔지 20년은 됐을 거라는 밀리의 말에 8년이라고 정정해주는 마을 주민과 무언가 알고있지만 입을 다무는 듯한 맥스를 비추는 카메라 구도라든지.. 선생님이 엄마처럼 느껴지겠다는 밀리의 말에 단박에 부인하는 맥스의 말이라든지.. 마지막 장면에서 함께 오페라 무대에 오른 밀리와 맥스의 모습을 보는 선생님의 미소 또한 오묘하지 않은가.. 마치 라라랜드에서 성공을 위해 헤어져야만 했던 두 주인공이 오버랩된다고 하면 비약일까? 그치.. 그건 좀 비약이다..ㅋㅋ 어쨌건 라라랜드는 오바지만 둘 사이의 묘한 기류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능성들을 그려보는 것이 내겐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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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