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22. 10. 23. 21:40
반응형

나에게 있어 마릴린 먼로는 전설로 내려져 오는 많은 스타 중에서도 어딘가 애착이 가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그다지 많은 작품을 본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릴린 먼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요즘의 섹시 스타와 비교해도 충분히 섹시하고 매력적인 외모와도 관련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조금 신화처럼 되어버린 마릴린 먼로의 생애와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마릴린 먼로처럼 특출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기구한 가정사를 가진 것도 아니며 그녀처럼 다사다난했던 인생사와는 전혀 거리가 먼데 과연 어디서 그녀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애착을 가지게 된 것일까?..

 

아무튼, 그래서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조이스 캐롤 오츠의 <블론드>이다. 내 마음 속 수 백 권의 위시 리스트 중 한 권이 벽돌같이 두꺼운 마릴린 먼로 전기인데 10년 넘게 시도도 못하고 유예되던 상태였다. 그러다 몇 년 전에 블론드라는 마릴린 먼로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요거다 싶었으나 책은 절판 ㅠ 심지어 중고가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포기. 프리미엄을 지불하거나 도서관을 뒤질만큼의 열정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제 넷플릭스에서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들렸고, 넷플릭스 원작 소설 출판이 인기니까 혹시나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의외로 복복서가에서 판권을 사와서 다시 출판이 되었다. 역시 깨알같은 책들을 출판하는 복복서가! 무지성으로 책을 구매하고 읽던 도중 이것도 인연인데 이 참에 마릴린 먼로의 작품들까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책에 나오는 주요 작품들로!

 

<돈 보더 투 노크>나 <나이아가라>를 보게 된 계기도 책에 두 영화를 촬영하던 때가 자세히 묘사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화를 보지 않아도 소설을 읽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힘들겠지만 반대로 이 두 작품을 감상하는 데 지금처럼 최적의 타이밍도 없을 것이다. 

 

<돈 보더 투 노크>는 생각보다 신기한 작품이었다. 너무 상업성이 없는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특별히 흥미로운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객이 대단히 감정이입할만한 인물도 없다. 장르성이 짙지도 않고, 살짝의 반전 아닌 반전이 있지만 내 경우엔 넬이 정신병원에 있었다는 것이 그렇게 반전처럼 느껴지진 않았다(행동이 줄곧 불안하고 이상했기에). 굳이 정리하자면 한바탕 소동 후의 사랑 이야기가 제일 맞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누가봐도 이 영화의 핵심은 마릴린 먼로이기에 그녀를 뺀 정리는 옳지 않다. 여러모로 이상한 영화이다. 근데 이 이상함이 싫지는 않다. 

<블론드>에서는 이 작품의 넬과 어머니 글래디스를 연결시켜 서술한다. 어쩜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지.. 소설에서 글래디스의 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부분이 있어 영화를 볼 때 종종 손을 보곤 했는데 사실 그리 특별함은 못느꼈다 ^^;

 

<나이아가라>는 그래도 예전에 들어본 작품이었다. 전반적인 스토리를 보면 스릴러에 가까운 내용인데 영화를 보면 꽤나 분위기가 순둥순둥하다. 히치콕을 볼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대단함이 동시대 장르 영화를 보니 느껴지는 ㅋㅋ <돈 보더 투 노크>가 이상하지만 흥미로운 영화였다면 <나이아가라>는 상대적으로 헐겁고 싱거운 영화였다. 상업적인 셀링 포인트-마릴린 먼로, 나이아가라 폭포-가 명확한 영화였는데, 마릴린 먼로는 제 역할을 해줬지만 꽤 흥미로운 구성에 비해 내용물이 너무 없이 사건만 진행이 되었고, 먼로가 퇴장한 이후부터는 긴장감도 없고 나름 클라이맥스라고 찍은 부분도 사실 임팩트가 없었다. 

지금 다시 다듬어서 새롭게 만든다면 꽤나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요즘 <나이아가라>라는 작품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생각해보면 역시..ㅎㅎ

 

한동안은 고전 영화도 잘 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보니 되게 새롭고 좋았다. 가끔 영화 감독 인터뷰를 볼 때면 신작보다는 고전을 더 많이 본다는 감독님들을 볼 때가 있는데 이번에 두 작품을 보면서 왜 예전 작품을 본다는 건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정형화 되지 않은 시절의 날 것 가까운 느낌이 새로운 창작의 동력을 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쨌거나 마릴린 먼로를 보는 일은 즐겁다. 다른 영화들도 차차! 

반응형
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