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22. 9. 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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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넷플릭스에서 <배드 스포츠:조작된 승부>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시리즈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스포츠 관련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직접 나와서 당시 뒷이야기를 말한다는 점이었다. 얼핏 듣기엔 굉장한 장점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시리즈를 계속 감상하는 동안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오히려 그게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왜냐하면 연출 방향이 범죄자의 범죄 사실을 가볍게 묘사하기도 하고, 그의 티끌만큼 억울한 부분과 인간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식으로 연출했기 때문이다. 섭외하는 과정에서의 약속이었는지 어땠는지 속사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따위로 만들거면 차라리 만들지 말지 싶을 정도의 불쾌한 연출이었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 : 플래그런트 파울 작전> 또한 같은 시리즈는 아니지만 사실상 거의 같은 컨셉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팀 도너히라는 NBA 심판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불법 도박 및 승부 조작과 관련하여 거대한 NBA 스캔들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이 다큐멘터리 역시 팀 도너히와 주변 인물들이 모두 출연하여 당시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다큐멘터리는 전개되고 있다. 

 

모르긴 모르지만 아마 모두 섭외하는데 돈이 적지않게 들었을 것이다. 돈만 든게 아니고 어느 정도의 연출 방향-아마 본인을 너무 나쁜 놈으로 묘사하지 말아달라-까지 약속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다큐멘터리 초반부에 팀 도너히와 친구들이 한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 굉장히 두루뭉술하게 흘려버린다. 그러고선 거대 조직에 연루되어 일이 커지게 되는 과정을 조금은 억울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묘사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이 범죄에 휘말리게 된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게 연출해두었다. 

 

다큐의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으로 NBA를 저격하기 시작하는데 주요 골자는 팀 도너히 뿐만 아니라 다수의 심판들이 NBA의 지휘 아래 리그 흥행을 위해 공정하지 못한 판정을 하고 있으나 그것이 알려지고 스캔들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저 팀 도너히만 희생하여 꼬리자르기 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팀 도너히를 다루는 것도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냥 넘어가는 걸로..

 

그러다가 이제 작품 후반부에 들어서면 다시 화살의 방향이 팀 도너히로 옮겨 오면서 다큐멘터리는 끝이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다큐멘터리의 연출방향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재미있고 자극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뚝심있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포커스를 집중한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니게 흐지부지하다가 다큐멘터리가 끝이 났다. 그러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다큐멘터리 제작의도와 연출 방향에 필요해서 팀 도너히를 섭외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 그저 커다란 스캔들이고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어그로 끌기 충분하니까 섭외해서 제작하는, 어떻게보면 인과관계가 뒤바꼈기 때문에 나온 돈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나도 시간을 낭비했다. 앞으로 넷플릭스 스포츠 다큐는 굳이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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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