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모가디슈가 별로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가디슈의 어떤 점이 좋다고 말하는 지는 이해도 되고, 어느정도 동의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매력이 없는 영화였다.
먼저 영화 전반적으로 스토리텔링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다. 영화가 시작되고 1990년대 초반 UN 미가입국이었던 대한민국의 사정을 알려주는 문구와 함께 소말리아 대통령을 만나고자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오지만 사실 이것들은 중반부 넘어 남북이 한지붕 두가족이 되는 시점부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설정들로 퇴색되어버린다. 좋은 스토리텔링이라면 당연히 후반부에 UN 가입과 관련된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야기를 흔드는 한 축이 되어야 할 터인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물론 영화 초반부의 장면들이 주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것도 맞지만 영화 초반부가 큰 이야기의 틀을 만드는 시간이란 것을 생각했을 때는 꽤 비효율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닌가 싶다. 비슷하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중반부에 남과 북이 한 곳에 모이기까지의 지난한 시간들인데 개연성에 대한 지적을 지나치게 두려워해서 꼼꼼하게 이야기를 풀다보니 늘어지지 않았나 싶다.
뭐 이런건 사소하다면 사소한 부분들이니 그냥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정말 찜찜했던 것은 이 영화가 중후반부에 힘줘서 보여주는 메시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메시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여 년간 한국영화에서 꾸준히 다뤄졌던 메시지를 굳이 또?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남북 대사 간의 갈등도 없었고, 웃으면서 헤어졌다는데 이걸 굳이 이런 방향으로 각색을?
나는 모가디슈를 보고 크루엘라를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강한 개성을 가진 영화를 만들겠다는 야심보다는 대중이 싫어하지않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상업성이 느껴지는 영화. 나는 이런 영화들이 조금은 걱정된다. 단점을 없애기 위해 장점도 희미하게 하는 영화보다는 단점이 도드라지더라도 확고한 장점을 밀어붙이는 영화가 좋다는 게 내 지론이다. 영화산업이 지론만으로 굴러가진 않겠지만 류승완 정도의 경력과 개성을 가진 감독의 영화를 보고나서는 이 정도는 아쉬워해도 되지않을까.
그렇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절대 넘을 수 없는 손익분기점을 가지고도 극장 개봉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지원도 있었던 걸로 알고.. 뭐 나름대로 경제적 계산 하에 진행된 것이겠지만 거기에 덧붙여 모가디슈는 반드시 극장에서 상영되어야 하는 영화다라는 생각 아래 진행된 것이 아닐까,, 감히 추측한다.
어찌됐건 나처럼 스토리텔링 위주로 영화를 보는 사람마저도 극장에서 모가디슈를 보는 즐거움을 분명히 누렸다. 그 점에 대해서는 모가디슈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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