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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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벵거의 자서전.

벵거 같이 인생의 굴곡이 많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자서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책이 얇다. 대략 300페이지 정도의 책인데 그나마도 벵거의 사진과 기록들이 앞 뒤로 꽤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실제 내용은 240 페이지 남짓이니 하루 이틀이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책을 벵거의 자세한 에피소드를 기대하고 접근한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감독 시절 벵거는 상당히 신중하면서도 직접적인 말을 아끼는 타입의 감독이었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도 실망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으나 책을 덮고 나서는 이 책이야말로 가장 벵거다운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벵거는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이다. 한편으로는 이 책이 벵거가 감독으로서 지녔던 철학과 직업윤리를 담은, 일종의 경영서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나저러나 대중을 만족시킬만한 내용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반드시 완독할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의 구성은 벵거가 어린 시절 공을 차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스날에서 물러난 이후까지 벵거의 인생 전체에서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축구를 통해 그가 배웠던 것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것의 집약체가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 실려있는데, 벵거는 '감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정리하고 있다. 그 내용을 짧게 옮기며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나는 생각한다. 감독이란 그들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그에 대한 분명한 시각과 그걸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아는 사람이다.

 감독은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고 감독의 계획을 선수들이 지지하게끔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은 일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나 결정, 압박감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환경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어려운 순간에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상황을 큰 그림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감독은 강한 확신을 갖고 자신의 행동이나 가치관, 발언들을 통해 자신의 팀과 선수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감독은 반드시 선수들의 존중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은 경험이 붖고한 어린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때로는 계획을 바꿀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고 어린 선수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감독은 또한 자기 팀 선수들을 사랑하고 연민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실수나 단점들을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은 늘 최고와 최선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 먼저 나서서, 작고 세세한 부분도 무시하지 않으며 모든 선수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선수들로부터 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그들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감독은 최고의 선수도 늘 100%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감독은 축구가 사회와 어린이들에게 주는 영향력과 힘, 책임감, 매력에 대해, 때로는 축구가 할 수 있는 공헌에 대해 아는 사람이다. 감독이란 축구가 그 힘에 필적할 만큼 최대한 아름다울 수 있도록, 그리고 순수한 축구의 예술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의무를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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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