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제목 때문이었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다니.. 어떻게 노는지가 가장 궁금했고, 생계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궁금했다. 작가님은 모르는 분이었지만 추천사를 쓰신 분들은 유명한 분들이었기에 아주 밑도 끝도 없이 별로인 책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실제로 책의 첫 챕터는 괜찮았다. 작가님이 아내 분을 만나게 된 이야기가 나오면서 결혼 생활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런데 글이 점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흘러가더니 나중에는 작가님 SNS 글을 긁어모은 듯한 글들이 잔뜩 나왔다.
물론 그런 가벼운 책도 좋다. 작가님의 필력도 좋았고 이야기도 재밌었다. 그런데 책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작가님이 여태껏 써온 글을 긁어모으고 조금의 글을 보탰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책의 제목처럼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퇴사는 했지만 두 분 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시는 듯했다. 심지어 노는 얘기는 나오지도 않는다. 제목을 보고 궁금했던 생계와 관련된 이야기는 더더욱 안나온다. 모든 에세이 책이 하나의 일관된 컨셉으로 구성될 수는 없지만 이 책의 경우 순도가 너무 낮다. 다른 얘기의 비중이 더 높은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글을 모았다가 개인적인 이야기의 에세이 한 권과 부부 이야기의 에세이 하나를 따로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가 함께 글을 써서 모아도 좋았을 듯하다. 물론 높은 확률로 책의 컨셉이 정해지고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글이 모였으니 책을 내자! 라는 식으로 진행되었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전반적으로 글이 그리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퀄리티를 떠나서 애초에 기대한 것과 다른 글들이 계속 나왔던 탓이 크다. 마치 SNS 타임라인을 쭉 정주행 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SNS를 보지않고 에세이를 보는 이유는 조금 더 정제되고 기획된 글이 보고 싶어서다. 책 뒷쪽 출판정보에 적혀있는 아내분의 이름도 사실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아니 책을 기획하신거면서 왜 이리 등장은 제한적으로 하신건지.. 차라리 책을 기획하게 된 뒷 이야기 같은 것이 책에 더 담겨있었으면 훨씬 좋았을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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