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소설가가 쓰는 비소설 책에 꽤 관심이 있는 편이다.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집필하는 작가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다. 전자의 경우 다른 책을 읽으며 그 사람에 관해 조금 더 알게 되니 자연히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후자의 경우 기껏해야 짤막한 인터뷰 기사가 전부니까 독자입장에서는 신비주의 전략을 쓰는 연예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단한 전략이 숨어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생존 문제가 직결된 것이 아닐까 독자로써 추측한다. 글만 써서 먹고 사는 이른바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일은 상위 0.1%의 작가만 가능한 일이고 그마저도 밥벌이를 위해선 소설이든 에세이든 다른 글이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능한 한 많이 써야하는 것이다.
장강명 작가는 최근 소설가 중에 가장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2019년에는 두 권의 소설집을 (거의) 동시에 발간하더니 2020년에는 두 권의 비소설 책을 순차적으로 발간하였다. 4권의 책 중 3권의 책을 읽었으니(이 책을 포함하여) 내가 장강명 작가의 팬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이 책은 기획적으로 그렇게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은 너무나도 많지만 어떤 책도 정답을 품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책의 첫 챕터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고, 책으로 의사소통하는,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꿈꾸며 이 책을 쓴다는 말에서 이 책은 한 번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도 다른 작법서처럼 왕도를 얘기해주진 못한다. 이 책에서도 그걸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말한다면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작법서를 뒤적이고 있을 작가 지망생과 가슴 한켠에 여전히 글쓰기를 품고 있는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부족하지만 진심으로 도와주고픈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도 어렵고 주위의 응원을 받기도 어려운 일(장강명 작가 또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고 하니)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의는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p.s 이 책에서는 여러 권의 책들이 소개된다. 그 중 허혁 작가님의 <나는 버스기사입니다>라는 책에 흥미가 생겨서 찾아보니 나온지 2년 남짓한 책인데 벌써 절판되어 구입할 수 없었다. 나올 당시 어느 정도 주목도 받은 책인 거 같고 반응도 좋았던 거 같은데 아쉬운 일이다. 기회된다면 도서관에서라도 찾아보고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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