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인의 이름을 접할 길은 참 많았는데
글을 못 보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로 그의 산문집을 보게 되었다.
한때 많은 사진이 들어있는 에세이들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책들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일종의 사진집이라고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당시의 나는 어찌 됐건 책이란 건 글이 주여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산문집들은 거의 다 글이 많은 책이었다.
장문의 글이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야 없겠지만
글이란 것은 기본적인 분량이 받쳐줘야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짧은 글들이 가득한 책은 좋아하질 않는다.
(시집은 예외)
물론 이 책은 짧은 글들이 가득한 책은 아니다. 짧은 글들도 있지만 긴 글들도 많다. 모두 꼼꼼히 읽었는데 역시 나는 긴 글들이 훨씬 좋다.
박준의 산문을 읽으면서 좋았던 건 얄팍한 위로나 얄팍한 교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글들은 삶의 오래된 생각들을 우려내면서 조금씩 풀어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제목과 책 뒤쪽에 프린트된 부분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박준 시인의 글에서 가져온 것들이지만 그걸 글 속에서 읽는 것과 부분적으로 떼어서 읽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감성적인 말들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조금은 그 감성이 얄팍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책은 잘 팔렸으니 됐지만.
이 책의 긴 글들이 더 좋다고 말했지만
옮기고 싶은 구절은 짧은 글이다.
이 글 외에도 편지, 알맞은 시절, 불친절한 노동 같은 글들도 참 좋았다.
-여행과 생활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당신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앞으로의 먼 시간은
당신에게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나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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