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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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출간됐을 때 좋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구입했었는데 

200페이지 가량 읽다가 접어두었던 책을 꺼내 다시 읽어보았다. 


처음 샀을 때도 다 읽지는 않았지만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꽤나 센세이션한 책이긴 했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바탕으로 포용적인 경제제도를 구축해야한다'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얼핏 보기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쉽게 생각했던 잘못된 통념들이 꽤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사회과학이라는게 환경을 통제한채 실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역사적 사례를 통해 가설을 검증할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너무나 많은 변수들 때문에 헛점이 없는 완벽한 이론이란 나오는게 불가능하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도 마찬가지다. 이 책이 설명하려는 것은 '왜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나라가 한 쪽은 포용적 정치제도를 향해 나아가고 한 나라는 착취적 정치제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일까?' 인데 이 책의 저자들은 논리적으로 최선의 대답을 제시하고 거기에 덧붙여 역사적 우발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모든 나라가 포용적 정치제도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착취적 정치제도에 머무느냐는 결정적 분기점에서 역사의 우발성이 정한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엔 자신의 부족한 논리를 보완하기위한 치트키처럼 끌어들인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역사의 우발성'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예리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다. 역사의 분기점이 될만한 순간에서 내리는 개인(혹은 개인들)의 결정은 사실 논리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여태까지 우리가 보았던 많은 이론들처럼 역사에 자신의 이론을 끼워맞추지 않는다. 전세계의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 있는 이론은 없음을 인정하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좀 더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자신들의 이론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떠오른 영화는 작년에 개봉했던 장준환 감독의 '19887'이었다. 

이 영화에 관한 우스갯소리로 그렇게 개고생해놓고 뽑은게 노태우라는 글들을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농으로 웃고 넘겼겠지만 적지않은 사람들은 일리있는 얘기로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1987'이 떠오른건 그 농에 대한 해답으로 이 책의 논지가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세력이 뭉쳐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움직임의 결과가 완전한 승리가 아닐지라도, 예컨대 프랑스혁명의 결과로 소수 집단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할지라도 그것은 일시적일뿐 포용적인 제도를 향한 발걸음의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책의 뒷부분을 보면 민주주의가 다원주의의 태동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있다. 베네수엘라를 예로 들며 정치 부패와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권자가 그것을 해결해 줄 독재 성향의 지도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덕에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착취적 제도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시 한국과 비슷한 대목이 있는 부분이다. 

'1987'이 그리고 있는 6월항쟁의 의미를 이 책에서 찾는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그렇기에 나는 관련된 농담이 농인줄 알면서도 썩 유쾌하지 않았다. 


이 책의 단점을 꼽자면 이 두꺼운 책 전체가 두괄식으로 구성되어있어 첫번째 챕터만 읽어도 그뒤에는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두괄식이 단점이라고 하긴 그렇겠지만 읽으면서 지치는 기분은 다른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불필요하게 늘여썼다기보다는 전세계의 많은 사례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길어진 것이고, 첫째 장에서 큰 틀을 잡은 뒤 세부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과정이기에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인내하며 책읽는 것이 싫으신 분은 첫 챕터와 마지막 챕터 두 개만 읽어보시고, 조금 더 궁금하다 싶으면 1, 2, 14, 15 챕터를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목차가 아주 상세하기 때문에 목차를 보고 궁금한 나라만 찾아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국내도서
저자 : Daron Acemoglu,제임스 A. 로빈슨(James A. Robinson) / 최완규역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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