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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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09-01-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달리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초의 회고록! 두말이 필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요즈음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예전부터 평생운동으로 달리기를 한 번 해보면 상당히 좋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이제야 실천에 옮기네요. 오랫동안 방치해둔 몸뚱아리라 헉헉거리면서도 재밌게 달리기하고 있습니다. 달리기하면서 느낀게 정말 멘탈스포츠라는 점이었는데 달리기를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 어떤 즐거움을 가지고 달리기를 하는 것인가가 궁금해 지더군요. 


그래서 고른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영어제목으로는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입니다. 제목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사랑에 대해 말할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글 제목이 너무너무 마음에 드네요. (보통 제목에 딱히 감흥이 없거나 영어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경우 정말 인상적이네요.)


책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25년 달리기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키에게 있어 달리기란 문학 작품을 계속 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가장 큰 의미이기 때문에 하루키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역자 후기를 봐도 나오지만 이 책이 일종의 문학 회고록 역할을 하기도 하는 거죠. 달리기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그의 문학 세계가 상당히 흥미롭고 이런 연결 고리가 상당히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러닝을 시작한 지 한달도 안된 초보 러너인 저에게 이 책은 달리고 싶다는 욕망을 불끈불끈 샘솟게 만들어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척 좋고 재밌었지만 더 아껴 읽고 싶어서 천천히 읽게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하루키의 수필은 대체로 이런 매력이 있습니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갈때 쯤 이제 끝이라는 아쉬움을 감추며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는데 하루키의 달리기 철학이 집약적으로 나타난 부분이 있더라구요. 그것은 하루키의 달리기 철학이기도 하지만 그의 문학 철학, 더 나아가 그의 인생 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이 책을 읽으며 좋은 부분이 정말 많았는데 그런 부분은 책을 직접 읽으며 찾아보시길 추천드리고 마지막 부분만 옮기며 포스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평가하는 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 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교훈을 배워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그렇다. 아마도 이 쪽이 좀 더 적절한 표현 일 것이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놓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그리고 러너)

    1949 ~ 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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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