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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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지구영웅전설, 카스테라, 더블




지구 영웅전설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3-06-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지진아 초등학생인 ‘나’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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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부터 박민규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따져보면 그의 작품을 그리 많이 본것도 아니었는데 무엇때문에 그에게 빠져들어 간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어느순간 나도 다른사람들도 박민규를 외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지구영웅전설'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지금도 다양한 매체에서 잊을만 하면 회자되지만 똑같이 초창기 소설은 이소설은 상대적으로 언급되고 있지 않다. 과연 이 소설은 어떤 소설이길래 박민규 소설임에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책을 펼쳐보았다. (사실 도서관에 박민규의 다른 책은 모두 대출중이었지만 지구영웅전설만 대출 가능했다는 점은 비밀...)


군대 시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러가지 다양한 신인작가상 수상작들을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책들 사이에는 나름대로 공통점이 있었는데, 상당히 신선한 소재를 사용하였다는 점이 첫번째고 신선한 소재로 나름대로 흥미롭게 독자의 이목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마무리가 미흡하고 독자로 하여금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 두번째 공통점이었다. 신인작가상에 그런 작품이 많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평가보다 신선함과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욱 높게 평가된 것일 것이다. 


박민규의 첫 번째 작품인 지구영웅전설 역시 안타깝지만 다른 신인작가상 수상작과 마찬가지의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과 같은 슈퍼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이야기 컨셉 자체는 좋다. 슈퍼 히어로들 사이에 바나나맨이라는 평범한 인간이 끼어들어 간다는 것 역시도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있는 소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구영웅전설'은 소설 속 뼈대가 되는 이야기가 없다. 즉,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서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지를 분명히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속 등장하는 수많은 블랙 코미디들은 강점이 되면서 또한 약점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풍자와 해학 같은 요소들도 탄탄한 이야기 속에서 그 힘을 발휘하는 법인데 이 소설 같은 경우는 중간중간 번뜩임과 재치는 많지만 이를 한 데 묶어줄수 있는 이야기가 부족한 것이다. 결국 군대를 제대하고 한동안 잊고있었던 여러 신인작가 수상작들이 이 작품을 보고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물론 박민규를 그런 일반적인 소설의 형태에 맞춰서 생각하는건 무리가 있지만 다른 박민규의 소설에 비교해봤을때도 조금더 다듬어지지않은 느낌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사실 지구영웅전설에서의 아쉬운 모습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점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소설은 참신한 소재도, 선명하고 공감가는 주제 아쉬움 없는 마무리까지 무엇하나 부족함 없는 마치 모든 신인작가상 수상작이 꿈꿀만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크게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이지만 괜찮다. 그럴수 있다. 꼭 다른 작품들로 보여준게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여태까지 박민규의 작품을 읽어온 독자로서 박민규의 소설이 꼭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럴수도 있지' 혹은 '다음 작품 잘쓰면 되지'라고 넘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박민규의 차기작, 차차기작 그 뒤의 작품 모두를 기다리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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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