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8. 3. 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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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션 베이커의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따스한 색감 속에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악행을 보고있자면 처음엔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 미소지으며 바라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포스터나 예고편을 보시면 알겠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보랏빛 매직 캐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매직캐슬은 카메라상으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상은 디즈니랜드 맞은편에 위치한 허름한 모텔입니다. 


영화는 매직캐슬에 사는 여자 아이 무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무니와 친구들이 얼마나 나쁜 아이들인지를 보여주는데, 무니와 친구들은 옆 모텔에 새로 들어온 입주자의 차에 침을 뱉기도 하고(아마도 타이타닉의 오마주로 보이는) 나이에 맞지 않는 격한 욕설이라던지, 어리다는 점을 이용하여 구걸을 하기도 하고, 모텔 관리인 바비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무니의 마음까지 오염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무니는 친구들과 결코 싸우지 않고, 먹을게 적더라도 욕심부리지 않고 친구들과 나눠 먹을 줄 알죠.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사고를 친 무니때문에 무니 모녀의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고 무니의 엄마 핼리는 이를 타계하고자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색감입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건물 전체를 보여주는 롱쇼트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물은 작게 보이지만 건물의 색을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고, 매직캐슬의 보랏빛 배경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영화의 톤을 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보라색일까? 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일몰의 하늘에서 색을 따온게 아닐까 합니다. 영화에서 해질녘즈음의 하늘이 두번 나오는데(역시 롱쇼트로 하늘이 잘 보이도록 잡습니다.) 그때 하늘의 푸르스름한 색감은 마치 매직캐슬을 연상시키더군요. 이와 대비되는 건물이 영화의 오렌지 건물입니다. 무니가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가게에 갈 때 오렌지가게를 지나가게 되는데, 자신은 오렌지 색은 싫다고 말하죠. 이 때 오렌지 가게는 일출시 떠오르는 해를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가게의 모양도 돔형이죠.)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런식으로 시각적인 색과 상징으로 무니의 형편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무니와 같은 경제적 약자들을 마냥 동정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함께 사회를 이뤄가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신혼여행 온 부부가 등장하는 시퀀스가 흥미로웠는데, 일반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상태를 보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브라질보다 미국이 강국입니다. 하지만 매직캐슬에서는 이 관계가 역전되죠. 신부는 이런 곳에서 첫날 밤을 절대 보낼 수 없다며 강경하고 버티고, 그 와중에 미국인들은 경제적 이익만을 바라봅니다. (팁을 얻기위해 짐을 나르는 무니, 발이 묶이자 미터기를 작동시키겠다는 택시기사) 결국 약자와 강자, 빈부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며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 단적으로 뒤바꿔서 보여준 흥미로운 시퀀스였다고 생각합니다. 


엔딩도 흥미로운데, 갑자기 분위기가 180도 바껴버리는게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끄덕이게 되는 멋진 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영관 내에 많은 관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심지어 대놓고 비웃으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물론 모든 사람이 이 엔딩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극단적인 반응은 흔치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좀 슬펐어요. 


감독이 저런 엔딩을 선택한건 결국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니가 달아나는 순간 경찰은 무니의 소재를 파악해서 공유했고, 젠시의 집까지는 도달하더라도 젠시와 달아나는 순간 다시 경찰에게 붙잡혔을겁니다. 티켓도 없구요. 그래서 그렇게 튀는 방향으로 연출을 한거죠. 이것은 동화적인 상상이니까요.


보다 현실적인 엔딩을 택할수도 있었을 겁니다. 엄마와 헤어지는 무니의 모습을 보여줘서 관객의 눈물을 유도할 수도 있었을거고, 보다 사회적인 문제가 부각되는 방법도 얼마든지 존재했겠죠. 그렇지만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무니의 행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품고있는 영화지만 결국 그 중에서도 첫 번째는 무니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 그 점때문에 그런 엔딩을 택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영화적인 좋은 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A.I.의 엔딩이 생각나기도 하구요. 


p.s 원래 처음에 아이패드 pages에 글을 썼는데 정말 말도 안되게 자동저장을 지원하지 않아서 글이 날아가버림.

다시 쓰려니 정말 너무나도 짜증나고 하기싫어서 원래 글 못쓰는데 더 개판으로 씀. 

병신같은 애플. 자동저장 안되는 문서작성앱이 어딨니 세상에 ㅡㅡ 하다못해 기본 메모앱에 썼어도 자동저장되는데 개병신같은 회사 애플은 정말 날이 갈수록 발전이 아니라 퇴보한다는게 느껴짐.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 불만없이 쓸거같은데 쓸데없는 일 벌여서 성능저하시키고 음악앱도 업그레이드 될수록 이상하고 아 진심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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