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8. 2. 28. 22:06
반응형


꽁치의 맛은 거장의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제목이 주는 묘한 매력때문에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꽁치의 맛이 어떻길래 제목이 꽁치의 맛인걸까. 꽁치를 안먹어 본건 아니지만, 예전부터 호기심이 생기는 제목이었다. 


그러다가 영화의 전당 기획전에서 꽁치의 맛을 볼 기회가 생겼다. 꽁치의 맛은 시놉시스부터 무척 흥미로워서 나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꽁치의 맛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내와 사별한 뒤 딸과 살고 있는 주인공이 우연히 옛 스승과 만나게 된다. 주인공은 스승의 딸이 아버지를 모시고 살다 노처녀로 늙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보고 자신의 딸을 시집보내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 이다. 


꽁치의 맛을 보고 우선 놀란 것은 굉장히 유머러스하다는 점이다. 50 년이 지난 지금봐도 상당히 격이 있는 유머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역시 좋은 유머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 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또 놀란 것은 이야기의 밀도가 높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일관되게 말한다는 것이다. 인물의 비중도 여러 인물이 고르게 높은 상당히 뛰어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큰 주제는 간단하다. 영화 속 대사로도 표현되듯,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 때를 놓쳐버리면 스승의 딸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고, 서로 호감이 있었던 인연을 놓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꽁치의 맛은 중간에 약간 옴니버스 느낌이 날 정도로 한참을 주된 이야기에서 벗어나 큰아들네 이야기에 집중하는데, 이 역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냉장고는 때를 잘 맞춰 사야된다는 대사나 할인된 골프채를 할부가 추가된 시점에서 사주는 모습은 주제를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큰아들네 이야기에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며느리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페미니즘을 크게 고려하고 보는 편은 아닌데, 이렇게 가부장적인 배경을 가진 영화에서 꽤나 진취적인 캐릭터라니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딸 미치코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 영화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페미니즘적으로 꽤나 열린 시각을 가진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의 이야기로 돌아와 히라야마는 스승의 라멘집에서 우연히 예전 군함장 시절 부하를 만나게 된다. 그를 따라 우연히 들른 바에서 옛 전쟁 시절을 그리워 하는 부하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주인공은 거기 크게 동조하지 않는다. 부하가 신나서 떠드는 말에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던지 흐르는 행진곡에 신이 나서 경례하는 모습에 어정쩡한 표정과 몸짓으로 장단만 맞춰주고 만다. 그러고선 집에 가서 아들에게 하는 말이 상당히 흥미로운 곳을 갔다고 말하는데 부하 얘기는 없고 오로지 아내를 닮은 마담에 대해서 얘기할 뿐이다. 주인공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일 따위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딸을 시집보내고 나자 주인공은 문득 견딜 수 없는 삶의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항상 함께하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먼저 일어나 향한 곳은 아내를 닮은 마담이 있는 바다. 평소와 달리 얼음을 뺀 술을 마시던 그는 마담에게 행진곡을 틀어줄 것을 부탁한다. 집에 돌아와 딸이 떠난 식탁에 홀로 앉은 주인공은 더 이상 과거를 그리워 하지 않던 사내가 아니다. 술에 취한 채 행진곡을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피할 수 없는 삶의 노곤함과 외로움이 깊이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알게 된 건데 꽁치의 맛에는 꽁치가 등장하지 않는다. (몇 편 보지않아서 단언하긴 힘들지만, 아마도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는 먹는 씬은 잘 나오지 않는 듯 하다. 술이라면 몰라도) 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건데 일본에서 꽁치는 우리나라 가을 전어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감독의 다른 작품 오차츠케의 마셍서도 오차츠케가 등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반응형
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