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8. 1. 8. 12:40
반응형



묻지마 사랑은 고립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일종의 방어기제로 사회와 자신을 격리시키는 남자와 장애때문에 사회로부터 고립된 여자의 사랑이야기죠. 두 주인공의 부모님은 자식의 삶이 지금처럼 지속될 수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 뿐이라는 생각에 맞선을 추진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두 남녀는 맞선을 보게됩니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장면은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게 되는 소나기 씬이었습니다. 어디에 홀린 듯 우산을 주고가는 장면이 딱히 논리적이지 않음에도 굉장히 설득력있게 그려지죠.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만한 것은 영화의 일정 시점까지 여주인공이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영화가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냥 영화의 방식이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라기엔 뒤에서 노골적으로 설명하는 씬이 나오기때문에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는데, 저는 그 이유가 바로 이 소나기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오코가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멍하니 서 있을 때, 그녀는 한 곳을 응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근데 지나가는 켄타로는 나오코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아있다는 착각을 하게되죠. 감독은 여기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고 느껴주길 원했을 겁니다. 나오코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늦게 알리면서 두 남녀가 서로를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두 남녀가 왜 서로에게 끌렸는가?에 대한 답도 소나기 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나기 속 혼자 남겨진 나오코에게 다가온 켄타로는 그녀를 지켜주는 상징적인 존재죠. 나오코는 가만히서서 한 곳을 응시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바라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가 우산을 건네주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되죠. 한마디로 켄타로는 나오코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켄타로의 입장에서는 히키코모리인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을 겁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더라도 금새 피했을 것이고, 거기에 대한 방어기제로 켄타로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자신을 숨겼겠죠. 켄타로는 그 눈빛에 반했을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받아보지 못한 자신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빛. 


그 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두 남녀는 만남을 시작하게 됩니다. 밝고 풋풋한 장면 속에서 또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두 남녀가 처음 사랑을 나누는 베드씬입니다. 켄타로를 더 자세히 알고싶다는 나오코의 말에 둘은 모텔로 향하고, 발가벗은 채 오직 손 끝의 감각만을 이용해서 서로를 느낍니다. 시각과 청각의 매체인 영화에서 촉각을 이토록 아찔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베드씬의 당위성도 좋구요. 


영화의 짜임새가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진다는 평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합니다. 특히 남주가 직접 기르던 개구리처럼 난간을 타고 올라가 여주의 방으로 간다는 설정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긴해도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이 영화에 마음을 뺏기게 되는 것은 묻지마 사랑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일 것입니다. 작중의 부모님은 모두 자식의 삶을 정상에서 이탈한 삶이라고 바라봅니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결혼을 통해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구요. 실제로 그러한 관점에 따라 남주는 야심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13년 만에 승진 시험을 위해 공부를 시작하고, 안경을 벗고 렌즈를 껴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도 그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승진시험은 중도 포기한 것으로 보이고, 그는 다시 안경으로 돌아갑니다. 대신 그는 점자를 익혀 편지로 그녀를 즐겁게 만듭니다. 영화의 끝자락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던 켄타로의 부모님은 그제서야 어렴풋이 이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삶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고. 묻지마 사랑은 남들과 다른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 두 남녀를 사랑으로 엮어주고 포용해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라는 점이 이 영화를 싫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반응형
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