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5. 8. 3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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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찾을 수 없기에 조악한 캡쳐 사진 한장으로 대체합니다.. ㅠㅠ


캐나다 감독 그랜트 볼드윈의 다큐멘터리 Just Eat It.(먹을래? 먹을래!)입니다. 

먼저 제목에 관해 짧게 얘기하자면 EIDF 상영작 중에 흥미로운 의역이 참 많이 보이더군요. 

대체로 영어 제목을 우리나라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것 보다는 가능한 우리말로 바꿔서 표기하려는 의지가 느껴졌고, 결과물도 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중에 좀 처진다고 느껴지는 제목이 바로 '먹을래? 먹을래!'였는데.. 원제인 'Just eat it.'인 것을 감안한다면.. 좋다곤 할 수 없어도 상당히 선방한게 아닌가 싶습니다..ㅋㅋ 제목 지으신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사실 EIDF의 존재를 알게된 것이 올해가 처음이었고 관련 기사를 보자마자 '어머 이건 봐야해..' 모드였기때문에 나름대로 상영작들을 TV로 챙겨보려고 편성표보며 리스트를 짰었는데 이 영화의 경우는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서 뺐었더군요. 

뒤늦게 흥미를 느껴 본방으로 챙겨보았었는데.. 정말 안보면 후회할뻔한 작품이었습니다. 

아마 DTV를 통해 아직 못본 작품을 몇 개 더 볼꺼 같습니다만.. 제 마음속에서 EIDF 2015 최고작은 이미 먹을래? 먹을래!로 결정내렸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좋은 주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도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을 많이 보게 됩니다. 때로는 감독의 게으른 접근이 아쉬울때도 있고, 때로는 편향된 사고에 치우쳐 다양한 시선을 담지 못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작품들은 상당히 엉성한 영상들로 패기만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죠. 


먹을래? 먹을래!는 이러한 저의 아쉬움들을 모두 씻어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 하나는 버려지는 음식만 가지고 6개월을 살아가기에 도전하는 그랜트와 젠 부부의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버려지는 음식들의 문제와 원인, 해결책을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로써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진행하는 단순한 구조를 보입니다. 


이 영화의 교차구조가 단순하면서도 영리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교양 서적을 읽고 있는듯한 딱딱한 지식과 흥미로운 그랜트의 도전기가 섞이면서 자연스레 강약조절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6개월 간 도전하면서 상당히 많은 분량을 촬영했을 것이고 재밌는 상황이나 찍기 위해 고생한 분량도 상당히 많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로 접할 수 있는 그랜트의 도전기는 길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필요한 부분만 지루하지않게 보여주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진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랜트의 이야기와 교차될 때마다 주제를 전환하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음식 낭비가 얼마나 거대한 규모이며 또 불필요하고 비합리적인지, 왜 발생하고 어떻게 막아야하는지까지 다양한 관점을 아우르며 간결하면서도 정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먹을래? 먹을래!가 이토록 교과서적인 다큐멘터리의 정석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간결함'과 '근면함'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이렇게 찍으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겠죠.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찍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자료나 논리의 부족과 자신이 공들여 찍은 것을 버릴줄 아는 과감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좋은 내용을 담고서도 동어반복으로 지루함을 주고, 논지를 벗어나는 장면들로 흐름을 끊어버리고, 느닷없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실험적인 촬영기법으로 시간을 보내곤 하죠.


먹을래? 먹을래!는 이러한 단점에서 벗어나 간결하게 말하고,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큐멘터리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한 편의 다큐멘터리 교본을 보는 듯한 이 작품은 꼭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이 아니고 기본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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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