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8. 3. 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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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는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삶을 살도록 교육받았고, 또 그런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특히 경제적으로) 


어릴 때 리카가 받는 교육은 비용측면에서 굉장히 고효율적인데, 애들 용돈의 일부로 심성을 키우겠다는 계산이 들어간 모금이라 볼 수있다. 그래서 리카가 5만엔을 냈을 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은 요만큼도 생각안하고 일방적으로 야단만 치는것도 효율이 나쁜 교육이라 그런게 크다고 본다. 정말 심성을 기르고자 하는 취지가 컸다면 아이의 착한 마음을 위로하는 멘트를 분명 섞었을 것이다. 


리카 삶의 1차균열이 끝나고 이후로 줄곧 정상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합리적이고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에 맞는 삶. 


그러한 삶이 단적으로 보이는 것이 리카의 부부관계이다. 

둘 사이에 아이가 없고(할아버지 고객과의 대화를 보면 아이가 없다는게 사랑이 부족하다는 뜻을 풍김) 돈을 각자 관리하는 걸로 보이며, 커플시계 씬에서도 남편은 시계에서 사랑이 골프칠 때 쓰겠다는 효용만 찾아냄. 조금 비경제적이더라도 카드 하나 만들어줄 수도 있는걸 절대 만들지 말라 그러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은행원이라는 직업도 그녀가 살아온 속박된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리카는 조금 꼬불꼬불 돌아가면서 삶을 살아가는 여유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를 대고 그은, 쭉 뻗은 일직선의 삶만 살도록 강요받은 것이다. 

리카의 2차 균열이 일어난 것은 저런 일직선의 삶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내재된 욕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가짜더라도, 끝이 뻔하더라도 일직선으로 앞만 바라보는 삶을 계속 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가야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 이 대사도 비슷한 맥락이 아니었을까.. 

결국 벽을 깨고 후원했던 아이를 만나러 가는 엔딩은 자신의 길이 건재하다는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종이달을 보고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2015.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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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종이달 보고 생각했던 감상을 대충 인터넷에 싸질러 놨던걸 어렵게어렵게 찾아서 조금 다듬어서 올립니다. 시간이 꽤 흘러서 사실 종이달에 대한 기억이 많이 무뎌졌는데 이 글을 보니 당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잊고 있었던 영화 장면들도 다시 되살아나네요. 

새삼스레 글 써놓기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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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