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8. 3. 11. 15:07
반응형


나는 생각보다 하이틴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눈물착취형 신파라던가 뻔한 장르적인 관습을 싫어하지만, 하이틴 영화에는 그래도 관대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이틴 영화를 자주보는 편은 아니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영화를 보고싶을 때 가끔 하이틴 영화를 찾을 뿐이다. 

물론 그럴 때마다 어느 정도의 신파와 클리셰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되어있다. 대신 조그마한 소망이 있다면 하이틴 영화로써 조금의 반짝반짝함을 보여줬으면 할 뿐이다.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는 그런 나의 각오와 소망을 처참히 짓밟은 영화이다. 단점은 단점대로 많은데 그걸 상쇄시킬 장점은 찾기 힘든 그런 작품이었다. 

가장 큰 단점은 캐릭터가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명확하게 캐릭터를 설명하지 못하고, 이 장면 저 장면 작가 편한대로 캐릭터의 성격이 뒤집어져버린다. 예를 들어 남자주인공 타쿠마는 그녀의 아픔을 줄여주고자 헤어지려는 결심을 하게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특별한 계기없이 다시 마음을 바꿔 마오를 걸고 100m 달리기 시합을 하는 요상한 설정이 갑작스레 튀어나와 관객을 당황스럽게 한다. 여자주인공 마오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사려깊고 진중한 성격처럼 보였는데 영화의 중반부에 뜬금없이 남자친구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철없는 캐릭터의 모습이 튀어나온다. 물론 인간이 하나의 속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상반되는 특성을 가진 인물이라면 보다 설득력있게 관객에게 제시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감독과 각본가의 능력일 것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전개 또한 매우 편의적이다. 원작이 만화인 탓인지 사건이 통통튀다 못해 어이없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서브 주인공들의 설정 또한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인물 한명한명이 이야기를 전개시킬 도구로 사용되고 있고, 편집 또한 매우 조악해서 도대체 각색을 어떻게 했길래 영화가 이렇게 나온걸까 싶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참고로 이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작가는 반도 켄지라라는 분인데, 이 작품의 감독 신조 다케히코와 여러번 호흡을 맞춘 작가이다. 신조 다케히코의 다른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역시 두 사람의 작품인데, 같은 각본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 차이가 크다. 그런 탓인지 두 사람은 2011년 '파라다이스 키스' 이후로 함께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반도 켄지라는 분도 더 이상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 듯. 


정말 안타까운건 이렇게 단점 투성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는다. 끔찍한 상업영화를 보는게 어려운 예술영화 보는 것보다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영화 찍다보면 재미없게 찍을 수도 있는거 인정하는데.. 부디 그럴 땐 러닝타임이라도 줄여주는 길을 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응형
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