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5. 2. 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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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튼 틸덤 감독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입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이라는 천재적인 수학자에 대한 전기 영화입니다. 2차대전 독일군의 애니그마 암호를 해독해내며 전쟁을 단축시킨 그의 화려한 업적과 그 뒷편에 숨겨진 아픈 상처를 그려내고 있는 영화가 되겠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은 것만으로도 국내에서 관심도가 높은 것 같은데요. 그의 명성대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많은 기대를 하고 올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이정도면 영화빨 받은 배우가 아니라 배우빨 받은 영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베네딕트 컴버배치 보고 싶어서 이미테이션 게임을 봐도 후회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최악의 포스터... '24시간 마다 바뀌는 완벽한 암호, 암호를 해독하고 전쟁에서 이겨라' 

라는 구절은 지금봐도 혐오스럽네요; 

마치 이미테이션 게임을 두뇌싸움이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영화로 묘사하는 어처구니 없는 포스터 -_-; 네이버 영화정보를 봐도 이 영화가 전기영화라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전기영화인지도 모르고 나름 스릴러를 기대하며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초반 오오오 하면서 봤는데 초중반부터 뭔가 이상하더니 중반쯤가서야 이게 전기영화구나.. 라는걸 알아차렸지요; 

근데 사실 포스터만 탓할수가 없는게 영화내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예고하는 듯한 장면들이 많더군요.. 결국은 낚시처럼 느껴졌지만; 



이미테이션 게임을 둘러싼 국내,외의 찬사는 저로선 크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엔 방향성을 잃어버린 영화였거든요. 


결국 이미테이션 게임이 말하고싶은 바가 무엇인가? 라는걸 생각해봐야 될 문제같습니다. 앨런 튜링의 화려해보이지만 어두운 삶? 동성애자의 어두운 그늘? 전쟁의 참혹성? 아니면 단순히 그의 삶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주길 원했던 것일까요? 


제가 볼땐 이 영화는 위의 것중 어느 것도 성취하지못한 영화입니다. 전부 다 담아내려는 의도를 보입니다만 전부를 담아내려고 하다보니 하나도 담지 못하는 역설적인 결과가 발생하고 맙니다. 영화의 유일한 성취는 앨런 튜링의 삶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지 못한다면 그의 삶을 그리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나니 얼마전 개봉했던 폭스캐처가 떠올랐습니다. 역시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고 역시 전기적인 요소가 조금 있죠. 하지만 두 영화의 양상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단순히 소재와 이야기가 다르다는 게 아니라 영화가 집중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이죠. 이미테이션 게임과 달리 폭스캐처는 애초에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가 명확한 영화입니다. 이야기를 기승전결 구조로 따졌을때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이 아니면 중요하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 예로 레슬링이 소재인 폭스캐처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 88서울올림픽을 굉장히 짧게 보여주고 넘어가버리죠.


이미테이션 게임은 오히려 반대의 입장을 보이는데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 암호 해독 과정이란 것을 알고 영화도 그것을 강조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하지만 정작 그 해결과정이란 것은 보잘것 없죠. 관객이 암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낀다거나 흥미진진한 긴박감이 조성되지도 않습니다. 


물론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성취감을 느끼고, 또 문제 해결과정에서 흥미진진한 긴박감이 있어야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관객에게 그걸 기대하게 하고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가장 아쉬웠던건 앨런 튜링의 삶을 지나치게 드라마로 그려내려했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 앨런 튜링이 동료들과 발생하는 갈등과 화해는 초등학생 위인전만큼이나 단순하고 쉬웠습니다. 일반 대중이 알기 어려운 내용탓이겠지만 문제해결과정 또한 지나치게 단순하죠. 심지어 영화에서 2번째로 비중이 큰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가 팀 내에서 하는 일이 뭔지는 끝까지 알 수 없습니다. 


폭스캐처 라이브 톡을 보고나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베넷 밀러 감독이 현실 왜곡을 통해서 현실과 가장 흡사한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말이었습니다. 베넷 밀러의 처녀작 카포티에 관한 말이었죠. 

이미테이션 게임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앨런 튜링이 동료들과 갈등이 생기고 화해하는 유치한 장면들로 관객을 한번 웃기는게 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영화는 위인전이 아닙니다. 단순히 한 인물의 사건을 나열하기만 하면서 독후감 쓰듯 감독의 느낀 점을 집어넣기만 하는 영화는 제게 매력없네요. 



이미테이션 게임 (2015)

The Imitation Game 
8.6
감독
모튼 틸덤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마크 스트롱, 알렌 리치
정보
드라마, 스릴러 | 영국, 미국 | 114 분 | 2015-02-17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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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