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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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노트

저자
기타노 다케시 지음
출판사
북스코프 | 2009-05-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실 기타노 다케시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릅니다. 

그를 본건 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에 의해서 보게 된 피와 뼈라는 영화가 다였고(그것도 부분적으로) 이후로 여러차례 이름을 듣고 필모그래피 파도타기를 하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여러번 살펴보기도 했지만 사실 강한 인상의 얼굴만 기억에 남았지 이름까지 기억이 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된건 이동진의 북에세이 '밤은 책이다'를 통해서였습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란 제목만 적혀있었으니 전 당연히 기타노 다케시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 부분을 읽었죠. 그런데 발췌된 부분이 너무 흥미롭더군요. 


나는 줄곧 포르쉐를 동경했다. 그래서 돈이 생기자 바로 사러갔다. 

 현금을 들고 전시장에 가서 포르쉐를 타고는, 천몇백만 엔인가를 척 내놓고 그대로 그 포르쉐를 타고 돌아가려고 했더니 판매사원이 웃었다. 

 "등록을 하고 번호를 따지 않으면 탈 수 없습니다."

 차는 2주 후에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린아이처럼 풀이 죽었다. 포르쉐도 장난감과 같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사서 집에 돌아가는 도중에 상자를 뜯어서 가지고 놀 수 없었다. 

 그 포르쉐에는 추억이 있다. 

 막상 차를 타보고 놀랐다. 포르쉐에 탔더니 포르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신호 대기하는 동안에 빌딩 쇼윈도에 내가 탄 포르쉐가 비치는 것을 보고서야, "역시 포르쉐는 멋있구나"하고 기뻐했을 정도다.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친구를 불러냈다. 포르쉐의 열쇠를 건내면서 부탁했다. 

 "이 차로 고속도로를 달려줘."

 나는 택시를 타고 그 뒤를 쫓아가며 내 포르쉐가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택시 조수석에 앉아서 "좋죠? 저 포르쉐, 내거요"라고 했더니, 기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 직접 안 타십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바보군요. 내가 타면 포르쉐가 안 보이잖아요." 


기타노 다케시가 얼마나 괴짜같은 성향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재밌는 일화입니다. 저는 이런 독특한 사고를 너무나 좋아해서 곧바로 기타노 다케시를 검색해봤는데 이분인걸 알고 깜짝 놀랐네요 -_-;; 여튼 바로 책을 찾아봤습니다. 


그야말로 생각노트라는 단어가 너무 잘어울리는 책이더군요. 삶과 죽음, 관계, 예법, 영화에 관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때때로 기타노 다케시의 과격함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확고하게 표현하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많은 책 중에 주제만 슬쩍 던져놓고 자신의 입장은 표명하지도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글을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그런 책도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근거를 들면서 분명히 하는 모습은 그 생각에 동의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멋진 모습입니다. 


생각 자체도 날카로운 면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학교 왕따문제에 관해서 어느 사회를 가도 인간 사이에는 서열이란게 존재하는데 그 것을 무시하고 모든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서열을 왜곡된 방향으로 나타나게 해준다는 생각이나 동료 코미디언 아야노코지 기미마로가 떳을 때 자신이 진심으로 축하해줄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자신과 경쟁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은 이 책에 담긴 글들이 그 나름대로 상당한 사유끝에 나온 결론들임이 느껴지게 합니다. 


만담 코미디언 출신의 개그 역시 글에 잘 녹아있습니다. 제가 적은 부분 외에도 책 곳곳엔 낄낄거리면서 볼만한 부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전 이런 산문집이 참 좋습니다. 어렵고 철학적인 글들도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산문이라고 한다면 생활속에서 나오는 일들을 통해 사유하고 그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글들이 좋지않나 싶습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글들은 좀 거친 느낌이 있긴하지만 확실히 그의 말에는 귀 기울일만한 깊이는 있는것 같아요. 100% 동감가는 생각도 아니어서 어쩌면 더욱 대화를 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영화에 관한 그의 생각도 상당히 흥미롭고 재밌던데 그의 영화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그의 만담을 볼 수 없는건 유감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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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