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볼 생각은 없었지만
엄마 모시고 갑작스레 영화관에 갈 일이 생겨서 겸사겸사 리바운드를 보았다.
나의 만족보다는 부모님이 중요한 자리니깐...ㅋㅋ
리바운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나 실감나는 농구장면이다. 어설프게 컷 편집으로 농구하는 척 하려는 것이 아닌, 실제로 농구를 하고 있다. (물론 약속된 움직임이지만) 캐스팅만봐도 최대한 농구 좀 해본 배우들로 섭외하려는게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좀 아쉬운건 앨리웁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 - 앨리웁이 1~2번만 나왔으면 훨씬 임팩트가 컸을 것이다- 농구 경기에 그렇게 힘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러치 상황은 배제해버렸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물론 클러치 상황을 묘사하려면 마땅히 결승전이어야 할텐데 결승전은 그냥 가비지게임이 되어버렸다는 점이 애매하고 실제로 다른 경기들도 한 골로 승부가 갈린 경기는 없었다는 점때문에 그런 것 같긴하다. 여하튼 배우들이 꽤 퀄리티 있게 농구경기를 재현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 영화의 장점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가 <슬램덩크 : 더 퍼스트>처럼 한 경기를 긴박감있게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면 경기장면의 묘사는 어디까지나 보조의 역할인 것이고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이다. 그런 측면에서 리바운드는 크나큰 두 가지 실수로 저지른다.
첫 번째는 주인공의 능청스러움으로 초중반부 이야기를 대충 뭉개버린다는 점이다.
부산중앙고의 감독이 되고 선수를 찾아나선다는 전개까지는 좋았는데
한명 한명 관찰하고 입부시키는 과정이 조금 늘어지고, 거기서 안재홍이 필요 이상의 재간을 부리더니 결국 클라이막스로 넘어가기 전까지 재간 원툴로 '대충 이랬음 ㅎㅎ 무슨 느낌인지 알지? ㅋㅋ' 요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버린다.
근데 그 과정도 엉성하다. 세상 사람좋게 능청 떨고, 선수들에게 호통쳐놓고 잔뜩 쫄던 안재홍이 별안간 아무런 계기도 없이 성적에 목 매서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늘어놓는 강압적인 감독이 된다니.. 이게 무슨? 몰수패로 탈락하고 정신을 차리기까지 10~20분은 관객이 아주 바보가 되어버린다.
결국 성적지상주의가 아니라 농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준우승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고, 이를 위해 강압적인 감독이 된 안재홍이라는 빌드업이 나온 것인데..
이게 참 구시대적이면서 대단히 낡아빠졌다는 게 이 영화의 두번째 실수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애초부터 그다지 하고싶은 말이 없는 영화였던 것이다.
영화같은 실화가 있고, 그걸 영화화는 해야겠는데
그 실화를 영화로 만들고 싶은 이유는 이게 영화가 될 거 같아서이지 어떠한 영감을 받아서 만든 것이 아닌 것이다.
많은 실화기반 영화가 보이는 반복되는 실수다.
리바운드의 경우는 싱크로율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모습인데 이야기만큼은 영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바를 위해 과감히 각색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 이야기 속에서 도출해낼 이야기가 없다면 그걸 각색해서 이야기를 만드는게 영화지 그냥 밋밋하게 실제랑 비슷하게 만드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편이 낫지않을까.
뭐 대단히 뻔하고 감흥은 없긴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안재홍이 하는 말들에 공감한다고 치자.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실수는 상대팀 감독들을 죄다 나쁜놈으로 만든 것이다.
대체 무엇을 위해?
안재홍이 그렇게 정의의 사도인가?
부산중앙고만 노력했고, 그 상대팀은 노력안했나?
부산중앙고와 최선을 다해 싸워주었을 상대팀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이
나쁜 놈으로 그려버린 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이 얼마나 습자지 같은지 여실히 보여준다.
위아영을 포함한 마지막 시퀀스들은 나도 꽤 괜찮았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이게 10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아니고 2시간짜리 영화인데
엔딩장면으로 모든 걸 덮어버리기엔..ㅎㅎ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울 속 외딴성 - 좋은 작품인데 상영하는 곳이 없어 (0) | 2023.04.18 |
---|---|
에어(2023) - 벤 애플렉의 아카데미를 노린 영화? (0) | 2023.04.14 |
블론드(2022) (0) | 2023.03.10 |
서치2(2023) (0) | 2023.03.08 |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2022) (0) | 2022.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