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맛이 없는 국산 맥주도 공장에서 신선도 최상의 맥주를 먹어보면 맛이 완전 다르다고.
제주 맥주 양조장을 굳이굳이 택시를 타고 찾아간 것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양조장 투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주맥주의 맥주들은 맛있다.)
양조장 투어의 참가비는 22000원. 투어에 참가하면 맥주 도슨트의 견학 프로그램과 더불어 제주맥주 샘플러 4종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제주맥주 양조장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사전 예약을 하였다면 제주맥주 양조장 3층으로 올라가면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3층은 양조장 투어뿐만 아니라 맥주나 굿즈도 판매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일종의 대기실 역할도 하기 때문에 투어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였다해도 큰문제 없이 10~20분 정도는 3층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나 역시 조금 일찍 도착하여서 시간이 붕 뜬 것을 걱정했었는데 티케팅 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있어서 너무 딱 맞춰 도착하는 것보다는 여유있게 도착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3층을 한 바퀴 다 둘러볼 즈음 드디어 양조장투어의 시작시간이 되었다. 대략 10명 안팎의 인원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공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렇다고 공장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고 공장과 완전히 분리된 곳에서 공장 시스템을 볼 수 있도록 건물이 설계가 되어있는 듯했다.
공장에서 기계를 직접 가동해야하는 분들이 있으니 그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은 그다지 재밌지않았다. 정말 간단하게 생각해서 양조장 투어를 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았을 때 맥주에 대한 지식이 거의 늘지가 않았다. 물론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다뤄버리면 시간의 제약도 있고, 사람들의 집중도도 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건 그냥 다루지 않는 수준이었다. 공장을 둘러보는 것도 솔직히 커다란 탱크의 연속이고, 안은 전혀 보이지않는데 그게 무슨 감흥이 있을까.. 양조장 투어라고 하면 홉이 발효되는 과정을 보거나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냄새나 진행과정을 보리라고 기대한건 나뿐인가..
부실한 투어 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알찼던 건 제주맥주 기업 홍보였다. 1시간이 채 안되는 투어 중에서 거진 3분의 1이 제주맥주 홍보였다. 들어보니 참 멋진 회사더라.. 나는 제주맥주에서 만든 맥주들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근데 양조장 투어 내용이 조금 부실하다는 생각은 하지않나?
뭐 말을 들어보니 앞으로는 직접 참가자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기획중인거 같던데 그건 그 때의 일이고.. 내 돈 22000원이 아까운 수준의 투어였다.
투어를 마치면 제주맥주 샘플러를 마시러 다시 3층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제서야 알게된 사실이.. 제주맥주 양조장은 굳이 투어를 참여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와서 맥주를 사먹을 수가 있었다. 심지어 22000원 내고 참여하는 양조장 투어에서 주는 샘플러는 8000원이면 따로 구입해서 마실 수가 있다. 그럼 나머지 14000원은?? 와.. 내가 내 돈들여서 제주맥주 와서 14000원 내고 기업 홍보를 들은건가??? 띠용..
맥주는 맛있었다. 확실히 캔으로 먹는 것보다 더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제주 거멍에일이 엄청 깔끔해서 내 스타일이었다. 근데 그와는 별개로 22000원짜리 제주맥주 양조장 투어는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이번 투어를 통해 제주맥주라는 회사에 대해 훨씬 더 자세하게 알게되었지만 제주맥주에 대한 호감도는 오히려 하락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제주맥주 양조장 방문을 말리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가서 투어 참여하지말고 맥주만 사먹고 와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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