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이름부터 잉여느낌이 나는 잉투기는 잉여들의 이야기가 맞습니다.
ing투기 - 우리는 싸우고 있다! (대항하고있다)가 표면적인 뜻이지만 좀 더 쉽게 보면 잉여들의 격투기이기도 한 잉투기는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젊은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 부분에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고 나오는데 칡콩팥과 젖존슨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영화 내용은 다 픽션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닉네임만 따오고 현피사건은 다른 데서 가져온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칡콩팥 닉네임을 쓰는 주인공 태식은 리니지 아이템 거래를 하다 인터넷상에서 싸우던 젖존슨에게 기습적인 일격을 당하게 됩니다. 태식이 일방적으로 맞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지게되고 태식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게 됩니다. 친한 형 희준과 함께 젖존슨을 찾기 위해 추적하던 태식은 잉투기란 것을 알게되고 그 도장에서 영자를 알게되어 함께 젖존슨을 찾게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잉투기는 인터넷 문화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리니지, 디시 인사이드와 아프리카가 나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인터넷과 밀접하게 연결된 젊은 세대를 그리는 거죠. 그 중에서도 인터넷의 주축을 이루는 '잉여'들이 영화의 주축을 이룹니다. 그만큼 잉투기는 그간 영화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소재를 이용해서 신선한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런 만큼 잉투기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영화입니다. 신선한 소재와 신선한 틀안에서 전달하는 메시지 역시 그만큼 신선한 느낌이 있죠.
잉투기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아픔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비단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 그리고 하다못해 아프리카 시청자들이나 디시의 댓글을 다는 사람들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거죠. 위에서 나열한 인터넷 문화들은 그 크고 작은 아픔을 치료해줄 하나의 수단인거죠. 크고 작은 아픔을 치료하고 또 다른 아픔을 느끼고 또 위로하는 과정 속 인터넷으로부터 더욱 치명적인 상처를 받은 태식이 자신이 가진 아픔, 자신의 트라우마로 부터 (인터넷으로) 도망치지 않고 정면대결을 통해 그 아픔을 치료하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일종의 성장영화라는 느낌의 영화였네요.
독립영화이므로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바로 영자역의 류혜영입니다.
굉장히 개성강한 역할인데 마치 자기옷을 입은듯 굉장히 자연스럽게 표현하는게 인상적입니다.
최근에 보니까 '나의 독재자'에도 출연하고.. 점점 메이저 무대로 오는거같던데 굉장히 기대되는 배우네요..
다른 영화 다른 역할이라면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개성강한 페이스와 개성강한 캐릭터가 은근 공효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구요..
인상적이진 않지만.. 역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권율이라는 배우입니다.
굳이 스샷까지 올리는 이유는....
바로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조직의 막내 역할로 나왔기 때문이죠.. ㅋㅋ
이렇게 다른 영화에서 봤던 배우를 발견할 때가 가장 반가운...ㅎㅎ 최근에는 명량에도 출연하고.. 계속해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거 같네요. 스샷은 안올렸지만 엄태구씨의 연기도 굉장히 좋습니다.
잉투기는 흔히 독립영화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신선함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무언가 젊음이 느껴지는 에너지도 있구요.
'인터넷 문화'를 활용한 사례는 웹툰에서는 이미 당연시 되는 것이기도 하고 문학에서도 몇몇 소설에서 활용해서 꽤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낸적이 있는데 이렇게 영화에서도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더욱 많은 장르와 결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무엇보다 궁금한 건 이렇게 신선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엄태화 감독의 연출능력입니다. 신선한 소재를 찾아서 기획하는 거 자체도 하나의 능력이고, 신선한 소재를 살릴 줄 아는 것도 능력이지만.. 그저 우연히 소재를 잘 활용하는 경우도 없다고 볼 수는 없기에...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 스파이더맨은 항상 즐겁다. (0) | 2014.12.28 |
---|---|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2013) - 도전 정신은 인정하지만.. (0) | 2014.12.26 |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0) | 2014.11.19 |
카트 (2014) - 소재의 한계를 보듬을 수 있는 힘. (0) | 2014.11.03 |
해적 무대인사/시사회 후기 - 사실은 코미디 영화 (0) | 2014.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