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8. 3. 1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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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는 단순히 일본판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방향을 갖고 재탄생시킨 작품입니다. 처음 제작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이 2편으로 나눠서 제작된 영화를 어떻게 한 편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는데, 임순례 감독은 아예 다른 특성의 영화로 재탄생시켰네요. 생각보다 의외의 결정이었습니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는 그야말로 시골 생활이 그대로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대사도 많지 않고, 영화의 대부분이 주인공 혼자 보내는 시간이죠. 영화는 땀흘려 일하고 요리하고 먹는 것을 천천히 지켜봅니다. 2편 합쳐서 4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다 보고 나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의미의 먹고 살기의 고단함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그에 반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북적북적한 영화입니다. 주로 혜원(김태리)이 혼자 있는 시간보다는 친구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죠. 일과 요리도 하긴하지만 분명한 요리 영화라고 느껴지는 일본판에 비한다면 곁다리로 끼워진 느낌이 강합니다. 그저 서사를 뒷받침해주는 조연일 뿐이죠. 

그나마 나오는 요리 씬도 무척 간편하게 묘사됩니다. (일본판과 겹치는 요리가 꽤 됩니다.) 하시모토 아이가 엄청 정성들여 만들었다고 느꼈던 밤 조림을 혜원이는 뚝딱 만들어버리는 것은 두 영화가 가진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관객이 친숙한 이야기 형태로 각색해서 보다 보기 편한게 바꾼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확실히 덜 지루합니다. 힐링 영화를 기대하고 오셨던 많은 관객분들이 만족하고 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실(失)도 많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무리 대사와 장면들로 시골의 적막함과 밥하기의 고단함을 설명한들 4시간에 걸쳐 보여주는 일본판을 이길 수는 없거든요. 무엇보다 유토피아처럼 느껴지는 혜원의 고향을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극 중 은숙(진기주)이 한 대사처럼 그저 도시 젊은이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영화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보기 편하다는 것 빼고 일본판에 비해 좋은 점을 못찾겠습니다.


근데 상업적인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각색이 이해가 가긴 합니다. 저예산 영화로 틈새 시장을 공략해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헐리우드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리틀 포레스트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성공을 계기로 리틀 포레스트 같은 다양한 색의 저예산 상업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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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