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8. 3. 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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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면회>, <족구왕>, <범죄의 여왕>에 이은 광화문 시네마의 4번째 작품 <소공녀>입니다. 

소공녀는 술,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만 있으면 되는 가사도우미 미소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시놉시스 상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 영화의 플롯은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과 매우 흡사합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복직을 위해 동료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여 설득한다면, 소공녀에서는 집을 포기한 주인공이 대학 시절 밴드 멤버들을 찾아가 하룻밤 재워줄 것을 부탁하죠. 캐릭터들의 특성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는 주인공이 만나는 동료들이 특별히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특징이고, 소공녀 역시 밴드 멤버들이 비슷한 특징을 보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소공녀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노동 문제를 우리 사회 청춘들의 문제로 치환하여 만든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엔 전고운 감독님이 굉장히 영리한 방법을 택했고, 그 선택이 적중했음을 영화를 통해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미소가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 삶의 지향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돈이기도 하고, 성공일 수도 있고, 멋진 집 혹은 행복한 결혼 생활, 부모님에 대한 효도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에게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삶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며 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럴듯한 삶을 위해서는 현재의 행복을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 걸까? 


기나긴 여행의 끝, 미소의 머릿속 질문은 아마도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위스키와 에쎄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만 있으면 된다는 미소의 바람이 과연 지나친 사치였을까요? 


미소라는 캐릭터는 과연 매력적이더군요. 미소가 이솜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너무나 다행이었고, 이솜 배우가 이렇게 확실한 대표작을 갖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는 참 기뻤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참 시의적절한 부분이 있어서 한국 사회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로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미소라는 캐릭터는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소공녀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규정이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를 좁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렇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품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82년생 김지영이 아니라 소공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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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