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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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다룬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입니다. 

한강 작가의 글은 처음읽어보는데 굉장히 감수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감정을 노골적으로 건드리지않음에도 전해지는.. 


읽으면서 느낀건 '아 이책은 시간이 지나면 읽은건 기억이 나는데 어떤 내용인지 자세한건 기억이 안날 소설이구나..'라는 생각.

책이 안좋다는 말이 아니라 뭐랄까.. 자연스레 내가 기억을 지울 이야기라고 할까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우리 역사의 아픈 모습들을 담은 책이나 영화에 관한 기억은 오래가지 않더라구요. 무언가 내 몸의 방어기제(?)가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런 글들을 쓰는 것이기도 하구요. (기억이 지워진 후에 봐도 도움이 안될 말만 쓰는게 문제지만..) 


책 뒤에 있던 책에 관한 평중에 두번째 평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어떤 소재는 그것을 택하는 일 자체가 작가 자신의 표현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일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80년 5월 광주’는 여전히 그러할 뿐 아니라 가장 그러한 소재다. 다만 이제 더 절실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응징과 복권의 서사이기보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일 것인데, 이를 통해 한국문학의 인간학적 깊이가 심화될 여지는 아직 많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이 소설은 그날 파괴된 영혼들이 못다 한 말들을 대신 전하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자기파괴를 각오할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위대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시적 초혼과 산문적 증언을 동시에 감행하는, 파울 첼란과 쁘리모 레비가 함께 쓴 것 같은 문장들은 거의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이라면 이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고, 또 이런 추천사란 거짓은 아닐지라도 대개 과장이 아니냐고 의심할 사람들에게,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둘 다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이것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
신형철(문학평론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인지는.. 처음 접해봐서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공감가는 글이네요. 

이런저런 이상한 말들을 써놨지만 사실 책은 되게 좋게 읽었어요. 근데.. 한강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볼 용기는 쉽게 나지 않네요. 시간이 흐른 뒤 이 책을 다시 읽기도 쉽지 않을듯하고.. 아마 이 책은 제게 좋았기에.. 다시 접하고 싶지 않은 책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년이 온다

저자
한강 지음
출판사
창비 | 2014-05-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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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