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오랜만에 영화관 데이트를 위해 고른 영화.
한 때는 엄마와 함께 보면 좋을만한 영화가 개봉하면 같이 극장을 찾곤 했는데
요새는 나 혼자서 극장 가기도 힘들어서 -_-; 엄마와 극장을 가는게 힘들어졌구
설을 앞두고 시간이 나서 개봉작 중에 그나마 괜찮을거 같다고 생각이 든게 소풍이라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마음으론 작품성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없었고,
조금 뻔하고 상투적이고 신파적이더라도
유머와 따스함을 겸비한 영화이길 바랬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일정부분 소시오패스가 만들었나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영화 선택이 실패했다고 봐야..
뭐,, 일단 영화관을 나오며 볼만했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잘모르겠다 ㅎㅎ;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은 고향 친구이자 사돈이다.
태호(박근형)와 함께 중학생 동창이었던 세 사람은 근 60년 만에 고향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시놉시스만 읽었을 때 가장 먼저 추측한 것은 노년의 사랑테마가 담겨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늬앙스는 사실상 없다시피봐도 무방하고
영화는 꽤나 집요하게 노년에 한 평생을 바쳐 이룩하고 건사한 터전이 무너지는 사람들에 집중한다.
영화 속에서 터전이 무너지는 이유가 대개는 자식 때문이고, 태호는 리조트 개발 때문에 3대에 거쳐 운영중인 양조장을 팔아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다.
인생의 말년에서 나의 보금자리가 무너지는 위기를 겪는 인물들이라는 설정은 충분히 괜찮은 설정이라는 생각은 든다.
다만 그 설정에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로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옛 추억을 반추하는 노년으로 정체되어 버린다.
이 영화가 노년의 사랑이나 우정이 메인테마인 영화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시종일관 심각한 분위기에서 영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뛰기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보니 전반적으로 빈곤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저예산 영화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연출도 전반적으로 앙상하다..
초반에 엄마의 환영이 보이는 플래시백 등 나름대로 이런저런 장치를 쓰는 척을 하지만 결국은 정보전달을 위한 플래시백일 뿐이고, 관객에게 대강 정보전달하고나면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중반부에 나오는 중학생 시절 플래시백도 마찬가지.
어찌보면 이러한 연출은 굉장히 노인친화적인 연출이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긍정적인 발상이긴하다..
결말에 대해서 불호의 입장이 꽤나 많던데
사실 나도 극장에서 아니 엔딩이 이렇게 된다고? 하면서 좀 어이없었는데
곱씹을수록 어느정도는 납득되는 부분이 있는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지만 이런 엔딩으로 제작이 되었다는 것도 신기
가장 아쉬운건 태호를 제외하고선 자식들이 다 조금 치우친 캐릭터라는 점..
금순의 아들은 안나오는 편이 나아보이고,
류승수와 이항나를 무능한 사기꾼 사업가와 자식 교육에 집착하는 엄마로 설정한 건 조금 아쉽다.
좋은 연기자를 활용 못했다는 부분과 더불어 극을 더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캐릭터를 너무 단편적으로 그려버렸다.
어쨌거나 손익분기점은 넘지않을지,,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세 분의 연기를 보러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저예산이라는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김혜자씨가 봉준호를 만났을 때랑 느낌이 같을 순 없다)
특히나 박근형씨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건 내가 박근형씨 연기를 많이 못접해봐서 그럴지도..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시퀀스가 있는데
시위 뒷풀이 시퀀스...ㅋㅋㅋㅋ
와 진짜 시골에 있는듯한 현실감이 대단했다.
더불어서 영화관 내에 어르신분들이 많았는데 실시간으로 리액션 계속 중얼거리고
핸드폰 벨, 알람 울리고 하는게 서라운드로 겹쳐져서 현실감이 200% 증폭되었다.. 이게 4DX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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