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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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은 나 역시도 좋게 읽었기에 

자연스레 최진영 작가의 신작에 호기심이 생겼다. 

 

꽤나 인상적인 인트로를 지나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람을 살리는 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찌보면 슈퍼히어로 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 슈퍼히어로의 운명이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저 큰 책임만 주어졌을 뿐,

그 책임 속에서 이고 가야하는 고통은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고, 일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독특한 것은 모계혈통으로 유전이 된다는 것인데 

여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 능력을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 속 등장하는 3대는 

누군가를 구하는 능력에 대한 인식이 저마다 다른데 

그건 아마도 시대상을 적극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프롤로그부터 시작해서 소설의 분위기가 굉장히 서정적인데

문장들은 대체로 좋은 편이지만 

구의 증명과는 달리 이 소설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먼저 이 소설은 미완성된 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비현실적인 독특한 설정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에 대해서 더 깊이 탐구하지않고,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지만 아무튼 이 세계에선 그럼

이라며 퉁치고 넘어가는데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메타포로도 해석할 수 있었던 구의 증명과는 달리

단 한 사람은  메타포적 해석은 부가적인 것으로 넘겨두고 

작품 세계속에서 그 현상에 대해 더 치밀히 탐구하고 써먹어야만 했다. 

 

다음으로는 등장하는 인물이 불필요하게 많다. 

겨우 이정도 볼륨의 소설에서 3대 모계혈통을 다루고 주인공의 형제도 많고... 

당연히 주변 인물들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는데, 

소설 초반부 인물들의 비중을 보면 작가의 초기 의도는 주변인물들을 훨씬 더 상세하게 다룰 예정이 아니었나 추측된다. 

앞에서 저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한 인물이 후반부에는 그냥 스쳐지나가니.. 더더욱 미완성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인데

이 소설에서 여성이 가지는 의미는 충분히 추측이 되나

불필요한 남혐이 담긴 묘사는 작지만 작품을 해하는 요소이다. 

 

최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이 소설이 많이 생각이 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또한 비현실적인 판타지적인 설정이 많이 등장하는데 

단 한 사람의 구성과 비교해보면 이 소설이 얼마나 약점이 많은 소설인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나의 예일뿐 꼭 그의 스타일을 따라야한다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적어도 500페이지는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지만...

 

창작자의 결과물이란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지만

단 한 사람의 경우 이게 정말 최선을 다해 쓴 소설이 맞나?

더 치열하게 퇴고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어서 더 아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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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