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안주라는 것이 사실 거기서 거기여서 맨날 고기아니면 중식 아니면 수산물,, 요 레파토리에서 벗어나기가 쉽지않다. 그래도 세부적으로 파고들어가면 많은 선택지가 생기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도 한 잔 할 수 있지만,
가끔은 정말 이것도 지겹고 저것도 지겹고 매번 먹는 안주 중에 하나를 고르는 행위자체가 하기 싫어지는 날이 있다. (술을 안마시면 될 것을,,) 삶의 권태가 해소되지 못하여 괜히 만만한 술안주에 꼬장을 부리는 것인데 또 그걸 핑계삼아 안가본 곳을 새로이 가볼 수 있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사장님의 이름을 딴 것처럼 보이는 영래라는 술집.
여러 메뉴들이 있지만 수구레볶음과 사장님이 직접 감자를 갈았다는 감자전이 눈에 띄어서 그걸 먹으러 가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킹스맨을 떠올리게 하는 내부 인테리어들.
실제로 메뉴판에도 manners maketh man이 적혀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영화를 레퍼런스 삼아 가게 컨셉을 정하신걸로 보인다. 특이한 것은 킹스맨과 상반된 느낌의 짱구 굿즈도 몇 개가 같이 놓여있었다는 것인데..ㅋㅋ 느낌상 어울리지 않지만 어떻게보면 반전 매력처럼 느껴져서 귀엽고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수구레볶음.
큼지막한 주먹밥과 함께 부추 숙주 깻잎이 곁들여진다. 기본 찬으로 나오는 무생채와 양파장아찌와의 어울림도 아주 좋다.
양념이 약간은 오리고기 양념같은 느낌도 있고, 실제로 먹다보면 밑에 기름이 자작하게 깔린다. 누군가는 주먹밥을 양념에 비벼서 맛나게 먹을 것 같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수구레와 양념을 온전히 즐기는 것보다도 야채를 잔뜩 곁들여 먹는 편이 맛있었다. 수구레라는 것이 생각보다 느끼해서 밥반찬 보다는 정말 괜찮은 술안주의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수구레 양도 많은 편이었고 먹다보니 야채가 부족하긴 했는데 더 달라고 하면 주시지 않았을까? 나는 이미 배불러서 그냥 남기고 나오긴 했다.
감자전.
나오자마자 참지 못하고 바로 먹어버렸다. 뒤늦게 이성을 챙기고 찰칵.
민찌와 간장과 함께 나오는데 사실 난 감자향을 잔뜩 느끼며 그냥 감자전만 먹는걸 가장 좋아하긴 한다. ㅋㅋ 그래도 다진고기와도 먹는다는 건 오늘 처음 알게되었다.
요즘의 전집은 대부분이 감자채를 치즈와 곁들인 방식의 감자전을 내놓는데,
그것도 분명히 맛있고 좋은 술안주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강판에 힘들게 갈아서 무뚝뚝하게 붙여낸 방식을 좋아한다. 자주 먹기도 힘들고 누구한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미안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누군가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방식의 감자전. 아마 이곳 사장님도 이 방식을 고수하시는 것보면 손님들에게 그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된다. 그래서 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던 메뉴.
다만 아쉬웠던건 노릇노릇하게 정말 잘 구워진 감자전이지만 조금 더 두툼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그렇지만 그건 집에서 내가 만들어 먹을 때 그렇게 만들면 되는 것이고,,ㅋㅋ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훌륭한 감자전이었다.
정말 아쉬운 건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가 손에 쩍쩍 달라붙는다는 것 ㅠㅠ 원인은 잘 모르겠으나 위생 문제라기보다 그냥 테이블이 어쩔수 없는 것같이 보였다. 그래서 테이블 매트도 깔려있긴 했는데 얘기나누면서 먹고 마시다보면 자꾸 스치는 테이블이 참 불편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괜찮고 내부도 넓어서 커플과 여성 고객의 비중이 큰 편이었다. 재밌는건 주변 상권을 생각했을 때 꽤나 쌩뚱맞은 분위기의 술집이라는 것인데 서양풍의 인테리어를 하고 한식을 파는 것이나 킹스맨과 짱구의 매치 같은 것을 생각해봤을 때 위치마저도 의도적인 미스매치가 아닌가 싶은,,ㅎㅎ 여러모로 재밌는 구석이 많은 술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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