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2022. 10. 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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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을 맞아 대략 2달 전 어렵게 예약해서 방문했던 네오. 

요란하게 광고하지 않아도 최강록 셰프의 유투브를 통해 알려져 예약 오픈 후 1분이면 매진되어버리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휴무일도 많은 편이고, 하루 한타임만 적은 좌석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더욱 가기 힘든 곳.. 높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 돈을 쓰리라 마음 먹어도 예약 자체가 어려우니..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갈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천운이 따랐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정도의 고급 주점은 첫 방문이라 꽤나 긴장된 상태로 이른 시간 도착하였는데 예약 타임 1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였다. 이미 소화를 마친 상태로 방문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에너지를 쓰고자 동네 한바퀴를 돌았더니 예약시간인 7시에 맞춰서 들어가게 되었다. 오픈형 주방 앞에는 바형식으로 8석이 있었다. 내가 앉은 곳은 주방을 한 눈에 보기 좋은 가운데 자리. 전혀 자리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최강록 셰프를 보기 좋은 곳에 앉아서 꽤나 기분이 좋았다.

예약 시간에 맞춰서 이미 메밀김밥과 아귀간 요리가 세팅되어 있었다. (메뉴를 주실 때마다 간단히 설명해주시는데 늦어서 설명을 못들음.. 하하) 자리에 앉아서 사케를 고르고.. 정돈 후 메밀김밥을 한 입에 쏙 집어 넣는데.. 한입 씹자마자 너무 맛있어서 정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메밀김밥을 처음 먹어본 것이 아닌데 내가 먹어본 것보다 한 단계 위의 맛이었다. 아귀간도 절반을 쪼개어 먹어보니 봉준호 감독의 <괴물> 초반부의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갑작스레 한강에 출몰해 시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괴물의 시퀀스들. 마치 봉준호 감독이 "여러분 다 이런 장면들 기대하고 오셨죠? 초반에 시원~하게 다 보여드립니다. 이후부터는 저만의 영화가 펼쳐지니 따라오세요!" 말하는 듯한 장면들 말이다. 최강록 셰프의 오프닝 요리도 <괴물>에 비견할만큼 핵심적인 요소를 시작하자마자 쏟아부은 느낌이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메뉴를 하나하나 열거하기엔 너무 길어지니 핵심적인 것 몇 개만 소개하자면 꽤나 클라이맥스라고 느껴졌던 광어&장어&전복 요리. 무엇보다도 겨자와 된장을 섞은 소스와 전복 크림이 무척이나 맛있었다. 너무나도 감탄스러웠던 일품요리. 

아스파라거스 츄러스이다. 최강록 아저씨 유투브를 보다보면 어떤 영상에서 네오의 컨셉이 "재미"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그 컨셉에 딱 들어맞는, 조금은 쉬어가는 요리. 튀김옷이 생각보다 간이 쎈데 좋은 식감을 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옆에 앉은 다른 분께서 최강록 셰프에게 츄러스 칭찬을 하니 최강록 셰프가 특유의 수줍음으로 맛은 그냥 그렇다고.. 재미있으라고 드리는 거라고 말씀을..ㅋㅋ 

 

메뉴를 줄 때마다 의도적으로 다른 셰프 한 분과 번갈아가면서 주고 소개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최강록 셰프에게 설명을 직접 듣고 싶은 분들이 많을테지만 모든 팀에게 다 서빙과 설명을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니 나름의 형평성과 효율성에서 절충안을 찾은게 아닐까 싶었다. 설명해주실 때 말을 하거나 질문을 하면 셰프님 나름대로 열심히 장단을 맞춰주셨을텐데 나도 셰프님 못지않게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ㅋㅋ 그저 열심히 경청하고 열심히 먹고 마셨다. 덕분에 셰프님은 편하셨을테니 그걸로 되었다. 

 

방문 전 간략하게 정보를 찾아본 바로는 양이 굉장히 많으니 점심을 굶거나 꼭 소화를 다 시킨상태에서 방문하라는 말이 많았다. 가뜩이나 위가 작아서 사이드메뉴를 시키는 경우가 드문 나로서는 괜히 긴장되는 말들. 만만의 준비를 하고 방문하였지만 아니나다를까 중반부 이후로는 솔직히 배불러서 조금은 맛을 민감하게 느끼진 못한것 같다. ㅋㅋㅋ 그래서 더 하이라이트를 앞쪽에 두셨을지도 모르겠다. 술을 먹다보면 아무래도 미각이 둔해지기 마련이니.

 

그래도 열심히 먹어서 나의 몫을 다 먹었다. 사케도 1병 딱! 깔끔하게 비웠다. 누군가에게는 하루 좋은 곳에서 술자리하는 정도의 일상적인 곳이겠지만 솔직히 나에겐 조금은 무리해야지만 갈 수 있는 특별한 식사였다. 그래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고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코 앞에서 열심히 요리하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또 메뉴 설명해주는 음성을 들으면서 음식을 먹으니 한 맛 더나는 기분이었다. 근시일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또 방문하리.. 그 때까지 오래오래 잘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식사를 마치고 사진을 부탁드렸는데 주방을 나오지 않고 찍어주셨다. ㅋㅋ 바를 가운데에 두고 원근감이 아주 잘느껴지는 기묘한 사진을 얻게되었지만 이마저도 최강록스러워..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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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