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2022. 11. 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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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 간사이 공항으로 가기 위해 교토역으로 이동했다. 교토역 부근에서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한다. 한참을 찾다가 발견한 곳은 도노다 우동이라는 자그마한 가게.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외관이나 분위기는 동네 주민들이나 이용할법한 식당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의외로 좋은 평점과 더불어 점심시간에는 약간의 웨이팅까지 있다. 회전 속도가 빨라서 그리 오래 기다려도 되지 않으니 너무 겁먹지는 말고 줄을 서보자. 

메뉴가 다양한 편이다. 우동 종류도 많고, 소바와 덮밥까지 판매한다. 메뉴판에는 없는 거 같은데 유부초밥과 김밥까지 사이드메뉴 느낌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신 유부초밥과 김밥은 미리 만들어져있고 주문이 들어오면 보관 중인 것을 주는 방식이다. 맛을 보니 굉장히 진~한 유부초밥이다. 밥이 촉촉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부 양념에 절여져있는데 의외로 그게 나쁘지 않았다. 같이 주는 생강은 유부초밥보다는 우동과 더 어울리니 아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

내가 선택한 것은 니싱우동. 니싱소바도 있어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우동집이니 우동을 먹는게 좋겠지라는 생각에 니싱 우동을 골랐다. 이 집의 특징은 국물이 굉장히 진하다는 것. 따로 다시 육수를 판매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드는 듯하다. 대신 우동면은 그냥 슈퍼에서 파는 시판 면에 가깝고, 계산하면서 얼핏 본 소바면 또한 색으로 보았을 때 그다지 고퀄리티의 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먹어본 니싱 소바는 청어의 비릿함이 생선뿐만 아니라 국물까지 스며들어서 기분 좋은 비릿함에서 오는 중독성이 있었는데 여기는 니싱우동을 위한 육수가 따로 있지는 않은 듯했다. 그냥 공용 육수에 면과 미리 양념해둔 청어가 올라가는 느낌?! 그러니까 국물에서는 청어의 늬앙스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청어를 먹으면 짭조름한 양념이 비린내를 거의 잡아주어서 꽤나 먹기 편하다.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을 맛이랄까. 

 

도노다 우동이 인상적이었던건 분위기가 참 정겨웠다는 점이다. 노부부가 함께 서빙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크게 관련도 없지만 요상하게 예전에 갔던 삼척의 신다리가 떠올랐다. 신다리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맛집으로 추천하기엔 애매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맛을 기대하고 갔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지만 찾아갈 이유가 있을까?'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인근 주민들과 함께 소박하면서도 훌륭한 한 끼를 먹는 그 기분을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찾아간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도노다 우동에서 일본 여행 최고의 한 끼를 맛보았다. 이 곳에서 여행을 매듭지을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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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