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에 책읽기만큼 재밌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또 하나 안타까운건 내가 그 많은 것들을 제쳐두고 독서삼매경에 빠질만큼 책읽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인터넷이나 TV가 없던 시절에 태어났다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까? 큰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망상을 하기도 하는데 설령 그랬더라도 그냥 논에 나가서 농사나 짓고 있었겠지..?)
그나마 요새는 작정하고 책읽는 시간을 늘린 탓에 독서량이 꽤 괜찮지만 최근 몇년간 나의 독서량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책을 멀리한 탓에 무척이나 처참했었다...
그래도 나의 독서기록앱을 살펴본 결과 1년에 10권이상은 항상 읽었는데, 10권이나마 읽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하철에서 오고가며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어릴 때부터 아주 좋아하는 교통수단이었다.
어린 나이에 버스는 서있기에 꽤나 터프한 교통수단이었고(지금도 만원버스는 지옥이다..) 자리에 앉는다한들 어른이 승차하면 항상 자리를 양보해야만 할 것같은 부담감이 싫었다.
서서가는건 별다른 문제도 아니었지만 중년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하나 말아야하나의 그 애매함이 싫었다. 그렇다고 자리가 있는데 안앉기도 애매하잖아.. 다행스러운건 고등학교 3년을 제외하고는 버스를 탈 필요 없는 학교에 갔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도 마을버스였으니 버스타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반면 지하철은 버스와는 달리 서서가도 별다른 힘이 들지않는 대중교통이었다. 어딘가 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정확하다! 노선을 복잡하게 알아볼 필요가 없다! 이런 장점들이 있으니 어찌 지하철을 싫어할 수 있으리.. 특히나 내가 사는 곳의 지하철역은 선로가 지하에 있는게 아니라 공중에 떠있는 형태였는데 그곳에 떡하니 적힌 '지하철은 약속시간을 지켜드립니다'라는 문구는 지하철이 최고라는 나의 마음에 동의를 표하고 끄덕여주고 안도하게 만들어주는.. 세뇌라면 세뇌일지도 모르는 나를 혹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지하철을 좋아한다.
내가 가는 목적지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다면 나는 무조건 지하철을 이용한다.
환승을 몇번하건 버스보다 요금이 비싸건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지하철은 내려야하는 역이름만 알면 가는 법이 간단하고(적어도 부산지하철은 그렇다) 서서가도 불편함이 적으며 무엇보다 온전히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버스에서도 독서가 가능하며 나도 종종하지만 지하철보다 조건이 많고 불편하다.
지하철이 훌륭한 독서장소인 것은 나의 독서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나는 평소 책을 여러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보통 교양서적 같은건 두께가 두꺼운 책들이 훨씬 많고, 소설처럼 한번에 100페이지씩 쭉쭉 읽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권만 읽다보면 정말 지루하다. 빨리 끝내고 싶은데 그럴수록 집중은 안되고 악순환의 반복.. 결국 책을 포기하게 된다.
이 과정이 익숙하신 분들은 꼭 책을 여러권 동시에 읽어봤으면 한다.
책을 여러권 읽었을 때의 장점은 조금 읽다가 집중력이 좀 떨어진다 싶으면 다른 책을 읽으면 된다는 것이다. 나처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사람에게는 대개 3~40 페이지만 읽으면 슬슬 다른 짓이 하고 싶어진다. 때로는 그런거 까먹게 만드는 마성의 책들도 있지만 그런 책마저도 일부분이 그런거고 대개는 금방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럴 때 나는 보통 고민않고 책을 덮은 후 다른 책을 펼친다.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건 교양서적 하나, 소설 하나, 에세이 혹은 시집 하나씩 3~4권 정도를 읽는 것이다.
에세이 같은건 동시에 몇 권을 읽어도 상관없겠지만 소설이나 교양서적은 2권 이상을 동시에 읽다보면 아무래도 좀 더 재밌는 책에만 손이 가게 되고, 자연히 다른 책은 상당기간 방치되어 앞내용을 까먹게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중요한 것은 보통 지하철 이용시간과 책 한권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얼추 일치한다는 것이다.
책과 이동거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10~40페이지 정도 읽는 편이니 짧다면 짧고, 길지는 않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장거리 출퇴근 하는 분들에겐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너무 조금아닌가? 저렇게 언제 책 한권을 다읽어.. 하겠지만 매일 반복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정말 적게 잡아서 한번에 10페이지씩 읽는다고 가정하면, 보통은 왕복이동이니 하루에 20페이지. 한달에 600페이지이다. 300페이지 분량의 꽤 밀도있는 책 2권을 한달에 읽는 셈인데,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24권이다. 절대 적지않은 권수이다.
(30일 내내 지하철을 타지는 않겠지만, 책읽기를 시작했다면 30일 내내 지하철 밖에서 한페이지도 안읽었을리도 없다. 대충 퉁치기로 하자.)
그럼에도 왜 나는 1년에 10권 밖에 안읽었냐고 묻는다면 내가 다니는 학교가 집과 가까워서 지하철 타는 시간이 6분밖에 안됐...
물론 핑계고 이런저런 다양한 핑계로 한동안 책에 손도 안대고 지내던 공백기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의 지하철에서 책을 읽자는 주장은 해당사항이 없으신 분도 많을 거다. 지하철이 아닌 지옥철을 타고 다니시는 분들, 자차를 소유하신 분들, 기타 등등
어쨋거나 중요한건 작은 틈새시간에 책을 읽자는 것이다.
하루 10분만이라도 책을 꾸준히 읽자. 그러기 위해선 책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한다. 가장 좋은건 종이책을 들고다니는 것이지만 물리적인 여건으로 힘들다면 E-Book이라도 이용하자.
어떤 방식으로든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책을 읽는다면 시간의 누적은 무시할 수 없는 양이 될 것이다.
내가 지하철을 얘기한 것은 대개 지하철은 꾸준히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한번 이용하는 시간이 간단히 책에 집중하기 부담없을 정도의 시간이고, 지하철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집중이 잘되는 곳이며 앉든 서든 상관없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모두가 스마트폰을 볼 때 나는 책을 본다는 지적허영심도 끌어들이자. 어찌됐건 가장 중요한건 꾸준하게 책을 읽는 일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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