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래스카 (2013)

"꼴에 돈 욕심은 있어가지고! 진작에 노력해서 돈 벌 생각을 했어야지!"

오랜 기간 우디의 술 주정을 받아준 케이트의 신랄한 대사는 그의 현재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사이다. 

말 그대로 우디는 한심한 남자다. 젊었을 적부터 술에 빠져살았던 그는 일의 성공도, 가족의 사랑도 잡지 못한 채 살아왔다. 삶의 끝자락에서 무엇 하나 남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 그는 백만 불에 당첨됐다는 허위광고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누구에게 시위라도 하듯 네브래스카까지 걸어가겠다는 그를 구제하는 것은 둘째 아들 데이비드다. 

홈씨어터 판매 사원으로 일하는 데이비드는 일과 사랑 중 무엇 하나 확실치 않은 그런 남자다. 반복되는 아버지의 가출에 두 손 든 그는 결국 병가를 내고 아버지와 함께 네브래스카를 향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우디와 데이비드의 여행은 만만치 않다. 우디의 머리는 찢어지고, 틀니 찾기에 시간을 허비하며 계획에 없던 가족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우디의 고향 호손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곧바로 백만 불에 당첨됐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데이비드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무언가 남겨주고 싶어서 시작된 우디의 여행은 고향에 이르러 삶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여행으로 바뀐다. 그러나 40 년이 지난 고향엔 그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가족만이 그를 기억할 뿐이다. 그런 우디가 안쓰러운 데이비드는 가족들과 함께 본가에 가서 옛 흔적을 찾아보려 하지만, 폐허로 변해버린 본가에서 우디는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들만 마주하게 된다. 

우디와 데이비드의 여행은 결국 어떤 삶의 흔적을 남긴 채 떠나고, 무엇으로 그를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토록 성공이란 깃발을 꼽고 싶어 했던 우디이지만, 공동묘지에서 케이트가 그랬듯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은 어쩌면 가장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링컨까지 찾아가 상금은 없다는 걸 확인한 우디에게 데이비드는 몸소 성공의 깃발을 선물한다. 그 깃발은 언젠가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버리겠지만 당분간은 우디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사소함으로 데이비드를 기억해 주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