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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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 스타라이브톡에 간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중계관)

괴물의 아이 개봉 직후였는데 

어떤 분이 괴물의 아이 속에 등장하는 백경에 관한 질문을 했었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자신이 10대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두 권 있는데 

단테의 신곡과 허먼 멜빌의 모비딕(백경)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큰 팬은 아니지만 

그 때 백경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생각만 하다가 잊어버리다가

2018년 맞이 두꺼운 고전 한 편 읽자는 생각이 들어서 모비딕을 구입했습니다. 


딱 2달 목표로 잡고 읽었는데 정말 딱 2달만에 읽었습니다. 

하루에 평균 10장 가량 읽은 셈.. 

근데 보통은 한 시간 읽어도 10장도 못 읽을 때가 더 많아서

꽤 많은 시간을 모비딕에 투자한 셈입니다. 

부피가 두꺼워서 들고다닐수도 없으니.. 


모비딕은 지루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읽으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더군요. 

포경선에 대해 설명하는 분량이 굉장히 많은데 

배에 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보니 글을 읽어도 머리 속으로 쉽사리 그림이 그려지질 않아서 그 점이 제일 힘들었네요.  


에이해브의 대사는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는데 

여기엔 그중에서도 에이해브가 모비 딕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을 옮길까 합니다. 




 "말 못하는 짐승한테 복수라니!" 스타벅이 외쳤다. "그 고래는 단지 맹목적인 본능으로 공격했을 뿐인데! 이건 미친 짓이에요! 말 못하는 짐승에게 원한을 품다니, 천벌을 받게 될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할테니 잘 듣게. 자네는 좀 더 낮은 층을 볼 필요가 있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판지로 만든 가면일 뿐이야. 하지만 어떤 경우든, 특히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그 엉터리 같은 가면 뒤에서 뭔가 이성으로는 알지 못하는, 그러나 합리적인 무엇이 얼굴을 내미는 법이야. 공격하려면 우선 그 가면을 뚫어야 해! 죄수가 감방 벽을 뚫지 못하면 어떻게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겠나? 내게는 그 흰 고래가 바로 내 코앞까지 닥쳐온 벽일세. 때로는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그 녀석은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며 괴롭히고 있어. 나는 녀석한테서 잔인무도한힘을 보고, 그 힘을 더욱 북돋우는 헤아릴 수 없는 악의를 본다네. 내가 증오하는 건 바로 그 헤아릴 수 없는 존재야. 흰 고래가 앞잡이든 주역이든, 나는 그 증오를 녀석에게 터뜨릴거야. 천벌이니 뭐니 하는 말은 하지 말게. 나를 모욕한다면 나는 태양이라도 공격하겠어. (후략)"




영화를 보고 모비딕에 관한 영화 두 편을 찾아보았습니다.

하나는 존 휴스턴 감독의 모비딕(1956)이었고

하나는 론 하워드 감독의 하트 오브 더 씨(2015)였습니다. 


존 휴스턴 감독의 영화는 사실은 그다지 흥미로운 점이 없었습니다. 

모비딕이라는 거대한 작품은 영화로 온전히 담아내기 힘든 작품이다보니 

아무래도 각색하는 과정에서 많이 빠질 수밖에 없고

막 소설을 읽은 입장에서는 성이 차지않을 수밖에요. 


론 하워드 감독의 하트 오브 더 씨는 정확히 말하면 모비딕 원작은 아닙니다. 

허먼 멜빌이 모비딕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가고, 실제 포경선원들은 모비딕과 어떤 사투를 벌였는 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정말 재밌더군요.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무척 흥미진진했는데, 아마 2달 동안 머릿속으로 답답하게 그리던 모습들이 시원하게 펼쳐져서 그런 듯합니다. 

오락 영화로써 제기능을 다하는 영화인데 생각보다 흥행 성적이 저조했던 것은 아무래도 포경선이라는 것이 전혀 친숙하지 않고, 모비딕이 워낙 접근하기 힘든 작품인 탓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만해도 하트 오브 더 씨 개봉 당시에 딱히 보고싶은 마음이 없긴 했으니까요. 


어찌됐건 하트 오브 더 씨는 모비딕을 읽기 전이건, 읽은 후이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일거 같습니다. 반면에 전 휴스턴의 모비딕은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모비 딕
국내도서
저자 :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 김석희역
출판 : 작가정신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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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