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영화도 잘모르는 작품이고, 딱히 관심 가지던 배우도 없는 작품이고 그렇게 관심가는 소재도 아닙니다만..
그냥 시간 때울 일이 필요해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봤습니다.
평을 자세히 본건 아닌데 인터넷에 생각보다 호평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어느정도는 가볍게 볼만한 영화겠다 싶어서 선택했는데....
ㅠㅠ
정말 실망스러운 영화네요.
더불어 유독 우리나라는 지극히 평범한 감동코드와 어린이에 열광하는 나라라는 게 다시 한번 느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7번방...;)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청소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바바라 오코너란 작가가 쓴 외국작품이 원작인데 상당한 부분을 한국에 맞게 각색했더군요.
원작을 읽진 않아서 내용상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 스토리는 딱 청소년 소설(사실 그보단 아동소설에 더 가까운) 내용입니다.
근데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내고, 관객이 2시간 내에 빠져들만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냐는 문제겠죠.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대해 낙제점을 주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을 먼저 꼽아보면 영화의 두 아역 이레, 이지원의 고른 활약입니다.
개인적으론 연기를 잘한다고 느끼진 않았습니다만 흔히 얘기하는 '1인분'했다...고 표현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영화가 두 아역배우에게 너무나 큰 짐을 떠넘긴다는 것이죠.
영화의 등장인물을 보면 아역배우를 제외하고나면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4명의 캐릭터가 있습니다.
문제는 하나같이 뻔하고 전형적인 인물들이라는 겁니다.
그나마 가장 나은 게 최민수이고, 멍청한 이천희가 멍청한 방법으로 재산 날릴 때 멍청하게 당하는 김혜자 또한 억지설정입니다만 눈감아주기로 하죠.
하지만 도무지 강혜정과 이천희는 용서해주기가 힘듭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휴먼코미디에서 주연의 짐을 덜어주는 게 조연의 역할인데 강혜정, 이천희는 이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더 편하고 부드럽게 풀어줘야 할 두 캐릭터가 너무나 투박한 설정으로 인해 오히려 흐름을 끊는 모습까지 보여주죠.
웃음을 만드는 역할 또한 전혀 하지 못합니다. 강혜정과 이천희가 예전에 썸싱이 있던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초반에 비싼 그림을 소개시켜 주며 예전에 나한테 시집오지 그랬냐는 말로 둘 사이의 에피소드가 끝나는 부분만 봐도 이 영화의 유머코드가 얼마나 빈약한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죠..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한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영화의 리얼리티를 떨어트리는 설정이 난무했다는 점입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비현실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때문에 영화가 반드시 완벽히 현실적이길 바라는건 아닙니다. 그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전 드라마라는 장르에서는 최소한의 리얼리티는 지켜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영화가 끝났을 때 드라마가 주는 감동을 덮어버리는 더 큰 허무가 찾아오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아역배우의 힘으로 해결하려는게 바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입니다.
단순히 어린이의 귀여움으로 봐주기엔.. 영화의 단점이 많고.. 사실 아이의 귀여움에만 의지한다는 거 자체가 좋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런건 티비에서도 지겹도록 보던 것들이니까요)
2014년은 유난히도 한국 상업영화가 빈약한 한해였습니다.
1000만 영화는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추세이지만-_-; 반짝이는 한국 상업영화는 솔직히 끝까지 간다를 제외하고는 전멸한 수준이죠.. 될놈만 키우는 대기업식 영화 산업도 문제가 많지만.. 아무쪼록 2015년에는 2014년 12월 31일의 영화인 개훔방보단 좋은 작품들이 쏟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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