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22. 9.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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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이가 조금 찼는지 나 어릴 때와 비교하면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느낀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가구 구성의 변화인데 어린 시절 교과서가 핵가족화를 다루었다면 지금은 1인 가구와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루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 변화의 중심일 수도 있겠으나 스스로 느끼기엔 나는 조금 변방에 있고, 요즘 어린 친구들과는 많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좋고 나쁘고를 규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뭐든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나의 가치관이라고 절대적으로 좋기만 하겠는가. 그렇지만 때때로 우려되는건 지금의 사고방식으로 예전을 바라보았을 때, 정말 이해되지 않고 비합리적이며 가급적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부분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개하고 수준 낮은 것으로 매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야겠지만 한편으론 과거로 돌아가 우리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시간도 필요하다.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 마을에 뿌리를 둔 소규모 공동체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내가 딱히 골랐다고 할 수도 없는 가족 같은 친구들. 거기에 구시대적인 부모님과 한정된 재화 속에서 다퉈야만 했던 적지 않은 수의 형제자매들. 박해영 작가는 이런 올드한 공동체를 다루면서 쓸데없는 똥폼을 잡지도 않고, 추억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참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었어. 그래도 그때 이런 건 참 좋았는데 그지?'라는 식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지금은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고 이 작품들이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지만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지친 주인공과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올드했던 것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이렇게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효율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공동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나의 아저씨>도 <나의 해방일지>도 그러한 관점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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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