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22. 9. 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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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의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 

일찌감치 21-22 시즌 아스날 편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개막 직후 3연패부터 시즌 말미 치열한 4위 싸움까지 아스날의 행보가 흥미진진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다큐멘터리였다. 

 

이 다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이 다큐는 구단의 많은 협조를 통해 제작된 다큐라는 것. 그리고 다큐멘터리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편집 과정에서 제작진의 의도가 어떤 방식으로든 들어가기 마련이라는 것.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이 다큐멘터리는 아스날이라는 구단의 이해관계와 들어맞는 방향으로 제작될 수 밖에 없는 영상이다. 

 

아스날이라는 구단은 벵거가 나간 이후로 쭉 챔스 진출에 실패하면서 현재는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 없이 젊은 감독과 어린 선수단으로 리빌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정상급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스날에게도 그렇고, 다큐멘터리적으로도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의 중심축은 확실하게 아르테타이다. 다큐멘터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경기 전,후 그리고 하프 타임 때 아르테타가 선수단에게 하는 스피치이다. 아르테타를 중심으로 하되 매 순간마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선수들을 한 명씩 조명하는 식으로 다큐멘터리는 전개된다.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역시 아스날의 사카나 램스데일, 화이트 같은 라이징 스타들이다. 오바메양, 라카제트, 레노 같은 이제는 팀을 떠난 선수들은 거의 다루지 않거나 다루더라도 라이징 스타들이 나올 때와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로 편집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성공이라기 할 수 없는 아스날의 21-22 시즌이었고 그래서 더 드라마틱했음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는 그 드라마틱한 전개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 작품이 관심있는 것은 오로지 결과를 위한 액션과 결과에 대한 리액션이다. (그러니까 라스트 댄스 같은 작품과는 당연하게도 완전히 방향이 다른 작품이다) 그러니 경기 장면들은 골 장면을 포함해 정말 최소한으로만 들어가 있을 뿐이다. 골 이후 오프사이드 취소 같이 극적 긴장감을 높여줄 수 있는 장면들은 모조리 편집되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협조한 구단의 입장이 반영된 선택이라고 봐야겠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요한 좋은 선택이었다.

 

다큐멘터리가 공개되기 전 사람들이 기대했던 모습-개막 직후 3연패를 했을 때 처참한 아스날 라커룸의 모습, 시즌 막판 북런던 더비 패배 직후의 모습-들은 다큐멘터리 공개 이후 전혀 화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화제가 되었던 것은 한 시즌 내내 아르테타가 선수들에게 사기를 진작하고 동기 부여하며 집중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했던 수많은 연설과 퍼포먼스들. 때로는 실패하고 누군가는 비웃었지만 많은 팬들을 감동케했던 아르테타의 열정적인 모습들만이 다큐멘터리 방영 후 남아있다. 그것은 22-23 시즌 개막 직후 5연승을 기록하며 환상적인 초반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아스날은 한번도 유럽 최고의 구단이었던 적이 없다. 잉글랜드 최고를 두고 다투었던 시기도 매우 짧다. 여전히 빅6로 거론되는 위상을 갖고 있는 팀이지만 이 팀엔 누구나 인정하는 명장도 없고, 이른바 월클이라 부르는 스타 플레이어도 없다. 그러나 아스날 팬에게는 여전히 (벵거의 유산인) 축구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있다. 어떤 관점에서는 그것은 트로피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All or Nothing에서 가장 큰 수확은 아르테타 또한 그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축구만 잘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또 아스날은 세계에서 볼 제일 잘차는 선수들만 모아놓을 수 있는 구단이 아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비전을 가지고 가치관을 공유하는 선수들끼리 모여 원 팀을 이루어야 한다. 조쉬 크론케와 에두, 아르테타는 아스날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 다큐멘터리로 보여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1시즌 더 빨리 챔피언스 리그로 복귀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이고, 구너들이 아스날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는데 더욱 핵심적일 요소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All or Nothing : Arsenal이 대단히 성공적인 다큐멘터리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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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