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 회의(懷疑)

 

 

얼마 전에 이적의 소극장 공연을 다녀왔다. 

 

이적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의 모든 노래를 알지는 못했기에 공연 중 몇 곡은 낯선 노래들이었다. 

그 중 한곡이 이적 1집에 수록된 '회의(懷疑)'라는 곡이었다. 

 

이별의 상황에서 '아픔은 극복될 것이고, 다른 사랑이 다시 찾아올 것이니 우리 너무 아파하지 말자'라고 얘기하는, 감정적인 상황에서도 너무나 이성적으로 얘기하는 곡이었다. 

집에서 가사를 음미하며 한참을 듣다가 문득 왜 곡의 제목이 회의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언뜻 보기엔 전혀 연관이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님을 떠나는 슬픈 상황에서 위로하기 위해 던진 지극히 이성적인 말, 여태까지의 관계를 부정하는 그 말의 끝에는 진한 삶의 회의가 담겨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이 곡이 더욱 더 좋아졌다. 

(2015년 작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