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감독 하정우,하지원 주연의 허삼관입니다.
원작인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서 허삼관 개봉을 앞두고 책을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영화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정우-하지원은 환상적인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거 영화화하기 상당히 어렵겠다... 였습니다
영화화하기 힘든 이유가 2개가 있는데 첫번째는 허삼관이라는 캐릭터때문입니다. 허삼관은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글과 달리 화면에서 그를 표현한다는 건 매우 힘들고, 또 사건을 단편적으로 떼놓고 봤을 때는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나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데다가 그의 행동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면이 있어서 자칫하다 이야기 자체가 흔들릴 소지가 있습니다. 또 소설에서는 허삼관의 행동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묘사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지만 영화는 오로지 말과 행동으로만 표현되기 때문에 허삼관이란 캐릭터를 제대로 나타내기란 더 어렵겠죠.
두번째는 허삼관매혈기는 중국역사가 반영된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소설 그자체를 옮겨올수가 없고 반드시 크나큰 수정을 가해야하는데 절대 쉬운 일은 아니죠.
이러한 측면에서 영화 허삼관은 하정우 감독,주연외에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겐 무척 궁금한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크게 지루하지도 않았고 믿고보는 하정우라서.. 안정감있게 영화를 잘 이끌어줬는데..
다 보고나서 다시한번 영화를 복기해보면 아쉬운 측면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크게 아쉬웠던건 문어체 대사입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아실텐데 원작 속 허삼관이 내뱉는 단어들은 요즘 현실에서 쓰이는 말투는 아닙니다. 약간 희극에 어울릴만한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말투죠. 앞서 허삼관 캐릭터를 영화에서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한 이유도 소설의 특색있는 말투들을 영화속에서 잘살려 낼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는데..영화 허삼관은 상당수의 대사를 일부러 책 속에서 그대로 가져온듯 한데 제 평가는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어색했던 사람은 이경영;; 한 컷 출연합니다만 사투리와 문어체를 왔다갔다하는 씬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허삼관 하정우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허옥란역의 하지원도 좀 아쉬웠습니다. 허옥란 역에 가장 잘어울리긴 하는데.. 문어체때문에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여튼 전체적으로 소설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허삼관-일락의 관계입니다.
영화속에서는 허삼관-일락 부자의 관계가 소설보다 좀 단순화된 경향이 있습니다. 일락을 미워하다가 잘해주는 건 소설이나 영화속에서 동일하지만 그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보면 둘은 엄밀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가 허삼관-일락의 관계일것입니다.)
소설에서 일락을 미워하는 이유가 '배다른'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의 측면이 강했다면 영화는 오로지 배다른의 측면만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야기 전체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소설에 비해 영화가 단순히 하나의 해프닝을 담은 가족 이야기에 그치는 결정적 이유가 됩니다.
세 번째는 너무 전형적인 한국영화의 패턴을 따라간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각색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일락을 그토록 긴 시간동안 보여주는 두 씬은.. 보면서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전체적인 연출에서 나쁘다고 평가하고 싶진 않지만 하정우의 특색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하정우는 영화화 과정에서 많은 것을 포기한걸로 보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허삼관이라는 캐릭터를 둥글둥글하게 다듬어서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셈인데 결국 그 과정에서 득보다는 실이 컸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막무가내인 허삼관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허삼관은 장점도 분명한 영화입니다.
첫번째로는 보기 편하다는 거죠. 여러차례 훌륭한 영화로 검증이 된 하정우 주연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어느정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이고, 또 전체적으로 굉장히 무난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훌륭한 캐스팅입니다. 문어체 사용으로 인해 배우들의 연기를 100%끌어내지는 못했다는 측면에서 연출의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캐스팅은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허삼관은 영화관에서 봐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원작과 비교하며 여러모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그건 원작을 보며 무언가 개성강하고 독특한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때문이었는데, 허삼관은 그와는 반대로 상당히 안정적인 가족영화입니다. 뛰어난 걸작보다는 평타치는 영화를 선택한거죠.
개인적으로 하정우 연출자체의 센스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다만 이번엔 너무 손대기 어려운 원작을 고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허삼관은 아쉬움이 컸지만 감독 하정우의 다음 작품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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