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BD2018. 5. 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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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프리오더로 주문했었던 걸어도 걸어도 블루레이.

플레인 아카이브의 명성만 들어오다가 처음 구입했던 블루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사실 '걸어도 걸어도'보다는 '아무도 모른다'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장 많이본 영화는 '걸어도 걸어도'이다. 

이번에 코멘터리로 4회차를 찍게 됐는데, '아무도 모른다'와 '~기적'은 2번 봤으니 

어떻게 보면 가장 압도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구성을 보면 보통 표지로 등장인물들의 사진을 이용한 작품들이 많은데 

걸어도 걸어도의 경우 매우 서정적인 일러스트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나비를 포인트로 적재적소에 사용했다는 점이 이쁘면서도 마음에 든다. 


다만 엽서가 들어있는 굿즈 봉투는 뜯기가 무척 힘들다. 

동그란 단추느낌의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부서질 거 같아서 매우 힘들게 열고 닫았는데 

며칠 전 괜히 쓸데없이 꺼내다가 결국 부러트리고 말았다 ㅠㅠ 

그 뒤로 그냥 봉투에 안집어넣고 꺼낸 채로 끼워놓는 중..ㅠㅠ


부가영상으로는 30분짜리 메이킹 영상이 있는데 (예고편도 있긴 있음)

촬영장의 분위기와 꼼꼼하게 디테일을 챙기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봤다. 


예를 들어, 영화에 등장하는 옥수수 튀김의 경우 감독님이 실제로 어린 시절 먹던 것이라고 하는데 

옥수수를 엄지손가락 마디를 이용해서 알알이 따는 방법을 배우들에게 가르치고, 

옥수수 알이 담긴 채를 흔들어 솎는 장면에서 소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직접 채를 흔드는 모습 등을 엿볼 수 있다. 

의상 쪽에서도 키키 키린 배우의 의상을 상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감독님이 자신의 어머님이 즐겨입던 의상과 비슷한 느낌의 의상을 골랐고,

키키 키린 배우는 솔직히 그닥 마음에 든다는 표정은 아니었지만(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 느낌상) 감독의 설명을 이해하고 그 다음 미팅에서 자신이 직접 디테일한 소품을 들고와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코멘터리 영상은 우리나라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인 이동진 평론가와 '우리들'에서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훌륭하게 이끌어 내며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한 윤가은 감독이 함께 녹음을 했다. 


안그래도 코멘터리 초반부에 이동진 평론가가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수식어에 대한 말을 꺼냈는데 윤가은 감독님은 굉장히 쑥스러워하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팬인데 누를 끼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귀여운 반응을,,ㅎㅎ


코멘터리는 상당히 재밌었다.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도 물론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지면이나 영상에서 걸어도 걸어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많았기에 윤가은 감독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들렸다. 특히 감독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본 부분이 많아서 평론가의 영화얘기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던것 같다. 


코멘터리 중간에 이 작품의 후속작처럼 느껴지는 '태풍이 지나가고'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두 작품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한 부분이 흥미로워 그 내용을 적어보고 포스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받아쓰기 한 것이 아니고 대략적으로 내용을 떠올려 쓴거라 동진님의 발언과 다를 수 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의 끝부분에 가면 영화 내내 기억나지 않던 스모선수의 이름을 토시코(키키 키린)와 료타(아베 히로시)가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그것을 서로에게 가르쳐 주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심지어 토시코는 남편의 질문에 알 필요 없다며 그냥 넘어가버린다. 

태풍이 지나가고에서도 초반부에 비슷한 대화가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대화 중 피겨 선수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거기서는 피겨 선수의 이름을 떠올리고선 그것을 친절히 이야기해준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것이 두 영화의 온도 차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태풍이 지나가고가 걸어도 걸어도에 비해 상당히 따뜻한 영화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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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