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2018. 4. 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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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데, 주로 듣는 것은 김혜리의 필름클럽과 이동진의 라디오들이다. 

꽤 열심히 들은 탓에 김혜리의 필름클럽은 재고가 바닥날 지경이라

잠자리에 들 때는 아무래도 이동진의 라디오를 듣는 편이다. 


팟캐스트가 하나의 생활패턴으로 자리잡으면서 느낀건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정말 훌륭한 구성의 라디오라는 점이다.

비록 1시간 분량의 짧은 방송이지만, 새벽 2~3시라는 나름 프리한 시간대 덕분인지 구성이 정말 알차다. 


처음 관심을 가진 코너는 역시 김혜리의 주간영화이다. 이건 방송 당시 팟캐스트로 꾸준히 챙겨들었었다. 진행자로써 김혜리 기자의 말을 경청하면서 한마디씩 치고 들어오는 이동진의 방식이 참 좋았던 코너였다. 당시엔 박스오피스 정리하면서 잡아먹는 시간이 아쉬웠는데 지금와서 들으면 그것도 나름 의미없는 일은 아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코너는 타인의 취향이다. 원래 인터뷰 코너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취향문진표를 바탕으로 게스트의 취향을 깊이 파고드는 형식은 너무 재밌고 좋았다. (푸른 밤에서도 게스트를 불러 얘기를 나누는 코너가 있지만 아무래도 형식적인 문답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타인의 취향보다는 재미가 없다.) 그 중 베스트는 역시 한예리편. 안들어본 분들은 지금 당장 유튜브로 달려가 들어보시길... 


세번째 까지 꼽자면 변방의 북소리를 꼽고 싶다.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이동진의 목소리는 낭독과 참 잘 어울린다. 세월호 사건 직후, 빨간 책방을 한 주 쉬며 그 대신 낭독했던 레이먼드 카버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지금도 한 번씩 다시 듣는 참 좋아하는 소설이자 낭독이다. 변방의 북소리는 방송에서 다룬 작가 중 내가 읽어본 작가가 많지 않아서 딱히 듣지 않았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친절히 내용을 설명해주는데다가 생각보다 책을 모르고 들어도 내용이 잘 이해가 되서 지금은 꽤 좋아하게 된 코너이다. 물론 40분 넘는 낭독을 다 듣기도 전에 잠이 들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코너들도 참 좋다. 버릴 게 없는 방송이란 바로 이런 것.

이런 말을 하긴 좀 미안하지만 이그럼에 비하면 푸른 밤은 아무래도 좀 심심하다. 

물론 푸른 밤도 즐겨듣지만, 이그럼만큼 완전하다는 느낌은 없다. 


사실 그건 푸른 밤이 안좋은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취향의 비무장지대를 꿈꾸는 이그럼이 비정상적으로 괜찮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쉬운 건 1년도 채 안되서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는 것뿐... 


가장 안타까운 게 그런거다. 

비슷한 일을 계속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끊기는 것. 

이동진 평론가를 예로 들자면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라디오 DJ를 하고 비슷한 일들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생각만큼 오래 지속된 코너는 찾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긴시간 진행되는 빨간 책방이 너무 반갑다. 

김혜리의 필름 클럽도 푸른 밤, 이동진입니다 도 앞으로 오랜 시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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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