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카(2023) - 폴 킹 감독의 전작 패딩턴을 닮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팬인 나로서는 안볼 수가 없었던 웡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왜 좋아하는가? 생각했을 때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척이나 천진난만하면서도 무해한 괴짜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조니 뎁이 열연한 웡카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지금 봐도 굉장히 멋지게 구연해놓은 초콜릿 공장 또한 그렇다.
처음 초콜릿 공장을 들어갈 때의 축하공연과 움파룸파를 보고도 어찌 그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꽤 과소평가받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웡카가 제작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물론 무척이나 흥미로웠지만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영화가 나올거라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두 영화를 비교하면 꽤 많은 접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해마지않았던 무해한 괴짜스러움은 희석될 수밖에 없을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티모시 샬라메가 조니 뎁스러운 연기를 펼쳤다면 그건 그거대로 배우로서 한 단계 스텝업한 거겠지만..
영화 제작자의 관점에서 굳이 그런 일을...ㅋㅋ
그런 복잡미묘한 기대감 속에서 본 웡카는 최소한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조니 뎁 만큼의 괴짜스러움은 느낄 수 없었지만
적어도 천진난만하면서도 무해하다는 영화적 정서는 그대로였다.
한편으로는 이게 정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정서를 가져온 것일까? 의문이 들었는데
감독인 폴 킹의 전작 패딩턴과 무척이나 닮았기 때문이다.
패딩턴이 낯선 도시에 혈혈단신 도착해서 우연히 가족들을 만나고 역경을 헤쳐나간다는 플롯은
너무 그대로 갖다쓴 거 아닌가? 싶은 정도로 닮았다.
패딩턴도 무척 따뜻하고 좋은 영화이기에 안정된 길을 택하는 것이 나쁜건 아니겠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패딩턴의 아쉬운 점까지도 그대로 답습해버렸다는 점이다.
기승전결의 구조 상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한바탕 소동으로 악당들을 무찔러야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웡카의 클라이맥스 부분은 긴장감도 떨어지고 오히려 초중반부보다도 가장 덜 흥미로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는 훌륭하다.
내가 윌리 웡카를 좋아했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를 긍정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패딩턴부터 이어진,
갈수록 보기가 힘들어지는 한없이 착한 영화라는 점도 한몫한다.
부담없이 보러가서 기분좋게 만족하며 보고 나오는 영화가 1년에 몇 편 안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웡카를 추천안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