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정신병동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 드라마의 핵심은 단연코 정신병이라는 무겁고 기피하는 소재를 거부감없이 다루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법 영리한 방식으로 타협할 건 타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다뤄야하는 병들에 대해 다룰건 다뤘다.
정신병에 대해 다룰 때면 어쩔 수 없이 분위기가 무거워지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들을 꼼꼼하게 심어두었다.
그러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우울해서 싫다는건 취향보다는 편협함에 가깝다.
나는 저런 편협한 후기들 때문에 모든 매체가 웹소설화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전반부는 요즘 유행하는 형식을 차용했는데
한 인물의 사연을 들여다보며 왜 그가 이런 병을 얻게 되었는지를 살피고
정다은 간호사(박보영)의 진심어린 간호로 병을 어느정도 회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 인물에 비중이 높은 주연급 캐릭터까지 포함된다는 것은 꽤 독특하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12화동안 단순히 12명의 환자를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 방식을 썼을 때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우선 12개의 병을 다루는 것이 어려움이 있을 것 같고
계속해서 무거운 병을 보는 시청자의 피로감도 걱정이 될 것이다.
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단순히 12개의 케이스를 보여주며 공감하거나 예방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에는 정다은 간호사가 앓게 되는 정신질환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이를 통해 정신병이란 것이 특별한 사람만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앓을 수 있는 것이며 정신과 치료와 주위의 많은 도움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정신과를 다녔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편견과 싸워야 하는지 보여줌으로써 다들 어렴풋이 이해는 하지만 여전히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정신과의 벽을 허무는 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 하나의 화두라고 한다면 이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러브라인과 관련된 문제일 듯하다.
대체 정신병동 드라마에서 러브라인이 왜 필요하냐고 따지는 분도 계시던데
이유는 너무너무 명확하다.
하나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니까 또 하나는 사랑이야 말로 정신질환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니까.
이 드라마를 보고도 러브라인이 왜 있냐고 따진다면.. 그건 그냥 일종의 발작버튼인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러브라인만 나오면 빼액!! 거리는..
캐스팅과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근래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캐스팅이 훌륭한 드라마 중 하나다.
배우 한명 한명 네임밸류보다 배역에 가장 맞는 배우들이 캐스팅 됐고,
가장 이름값 높은 박보영 또한 너무나 배역과 찰떡이어서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박보영이 아니었다면 어떤 기막힌 연출이 있더라도 이정도 퀄이 나올 수 없는 수준이라 칭하고 싶다.
박보영은 연기 또한 안정적으로 잘해주는데
맨날 하던 연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나의 캐릭터 안에서 밝음과 우울증에 걸린 모습을 함께 나타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연기이다. 박보영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배우다.
이상희 배우도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
간호사 출신 배우가 간호사 연기를 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더 부담스러운 일일수도 있을텐데
마치 본인이 간호사를 계속했었더라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상상이 될 정도로 무섭고 완벽하게 소화를 해냈다.
이상희란 배우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배우지만
이 작품은 먼 훗날에도 이상희 필모 중에 손 꼽히는 한 작품이 될듯
그외에도 연기가 다들 무척 좋았다.
심지어 조단역급 배우들까지도 연기구멍이 없었으니
이정도의 퀄리티는 연출의 역량이라고 말함이 옳을 듯.
물론 단점도 있다.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클리셰적인 장면이 꽤 있고 (물론 이건 클리셰 사용의 긍정적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정신병동 환자들의 회복이 극적인 부분이 있다.
민들레 쌤 이야기나 삼각관계의 끝맺음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일뿐.
이 드라마는 소탐대실하기보다는 줄건 주고 본질적인 것에 더 집중을 했기에
이 모든 단점마저도 충분한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물수제비 씬이 너무 웃겼음..ㅋㅋㅋㅋ
정말 쌩뚱맞고 어찌보면 흐름이 끊길 정도로 긴 씬인데 그만큼 웃겨서 개인적으론 취향저격..
환자 중에는 김서완 환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6~7화가 이 드라마의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