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글로리(2023) - 용두사미와 시청자 기만의 어딘가

OOB 2023. 6. 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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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를 본 것은 특별히 끌렸다기보다

학폭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는 점과 그래도 유행하는 작품을 조금은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라기엔 사실 이미 3개월이나 지났지만) 

 

파트1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파트 1 공개 이후 왜 인기였는지 이해할만한,,

조금 눈이 갔던 설정은 학폭 가해자인 연진이 무리가 다들 인성 개차반의 쓰레기였다는 것. 

그 말인즉슨 문동은이 가해자들에게 거침없이 복수를 자행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가해자들의 성격이 너무나 쓰레기여서 복수라는 행위의 딜레마를 다룬다거나 보다 철학적인 문제로 들어가기엔 이미 이야기가 얕아서 매력이 많이 떨어지므로 자극적인 복수로 가는 것만이 이 작품의 필연적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걸맞게 '학폭 피해자가 초등학교 선생님의 되어 가해자 자녀의 담임이 되어 복수하는 이야기'라는 한 줄 시놉시스도 너무나 자극적이다. 

 

그러나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복수가 찬란하게 펼쳐질거라고 믿었던 파트2에서는 지지부진하고 수동적이고 우연에 기대는 다소 시시한 복수만이 남는다. 

파트 1에서는 그렇게 전지전능해 보였던 문동은이 파트2에서는 예솔이와 관련된 장면은 전혀 나오지도 않고 사회적 권력을 쥔 인물들과 맺은 인맥의 활용도 지지부진하고, 겨우 한다는게 위협과 이간질이 전부다. 

물론 이이제이도 하나의 전술일 수 있지만 그러면 가해자들을 이렇게 개차반으로 만들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본다. 문동은이 직접 복수하는 것의 도덕적 딜레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파트2는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렸다.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어본 더 글로리의 실수들

1. 손명오를 너무 빨리 죽이고,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너무 늦게까지 질질 끌었다. 

2. 반전과 비밀에 너무 집착함. 더 글로리 파트 1을 보고 사람들이 기대하는건 다층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직선적이고 폭주하는 쾌감을 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기대하도록 파트 1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진척이 지지부진하더니 끝에 가서는 이런저런 비밀과 반전이 드러나다니 정말 최악의 연출과 각본. 

그 과정에서 강현남 캐릭터가 의미없이 희생되었다. 반전을 위해 극의 흐름을 다 말아먹은 최악의 캐릭터

3. 예솔이를 너무 안써먹음

그래.. 초등학생에게 해코지할 때 생기는 도덕적 딜레마는 이해함. 그래도 예솔이는 충분히 더 써먹을 여지가 많았다. 연진이의 발작버튼으로 주기적으로 써먹을 소스인데.. 대체 이럴거면 그 고생하고 임용 왜 봄? 

4. 문동은이 하는 일이 너무 없다. 큰 그림 그리는 척만 할뿐.. 중요한건 주여정이 다하고...

5. 가해자들은 너무 무능력함. 진짜 이런말 안하고 싶은데 죄다 너무 어거지고 우연이고.. 18년 전 딸의 범죄 증거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가 세상천지에 어딨니? 

 

파트2에 대한 반응으로 러브라인 욕하는 말들이 참 많던데

더 글로리의 러브라인은 충분히 명분이 있다. 둘 다 피해자이면서도 서로 다른 복수를 하는 사람끼리 보듬어 주는 것이니까. 더 글로리에 러브라인 나왔다고 까는건 그냥 맹목적으로 '멜로드라마 아닌데 러브라인? = 까여야됨' 세뇌되어버린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지만 송혜교와 이도현의 케미가 별로였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솔직히 송혜교의 캐스팅부터가 미스캐스팅인듯. 적어도 이도현보다 더 높은 연령대의 남자 배우를 캐스팅했어야 했다. 

 

그리고 가장 더 글로리를 보며 화가 났던 것은 

가해자를 향한 복수는 그토록 소극적이었으면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것은 거리낌없이 길고 자극적으로 연출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중성에 있어서도 크나큰 착오다.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장면은 너무나 리얼하게 묘사하면서 가해자는 스스로 자멸할 뿐 시청자로 하여금 어떠한 카타르시스도 느껴지지 않게 연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출자가 가해자의 입장이어서 그런가?ㅎ)

 

아무튼 더 글로리는 너무너무 실망스러운 작품이었고

인기가 많더라도 김은숙 작품을 구태여 볼 필요 없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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