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론드(2022)

OOB 2023. 3. 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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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19금 씬의 존재, 플랜 B의 제작, 마릴린 먼로 소재의 영화, 너무나 예쁜 아나 데 아르마스의 주연 등등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았으나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혹평을 받았던 블론드,,

 

영화 공개 전부터 차근차근 원작 소설을 읽어나가던 나는 원작이 훌륭했던 탓에 그래도 보기 전에는 모른다며 원작을 다읽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했었다. 그치만 너무 방대한 원작 탓에 읽는 기간이 자꾸 길어지다가 얼마 전에야 겨우 블론드를 볼 수 있었다. 

 

주목해야할 점은 블론드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고, 그 소설의 분량이 1500페이지에 달하는 굉장히 긴 소설이라는 점이다. 200페이지짜리 소설도 영화화하면 원작을 고스란히 옮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그 분량이 1500페이지라면 큰 변화를 동반한 각색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각색과정에서 소설을 바꾸면서 큰 변화를 줬다기보다 그저 소설에서 특정 부분을 발췌하여 짜집기한 것에 가깝게 제작되었다. 그러니까 태초에 구멍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제작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장면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었다고 봐야할까? 아마도 1순위는 마릴린 먼로의 남자들(베드씬을 포함하여)이 기준이었던 것 같다. 2순위는 마릴린 먼로의 가장 유명한 영화들과 핫클립이 기준이었던 것 같다. 그 결과 유년기의 노마 진을 다룬 오프닝 시퀀스를 제외하고선 나머지 90%에 달하는 분량은 모두 스타가 된 이후의 마릴린 먼로를 다루고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왜 이 영화가 소설 블론드를 원작으로 마릴린 먼로 영화를 만드려고 하는지 깊은 의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원작 소설은 이름이 너무나도 중요한 작품이다. 소설 제목이 블론드인 것은 단순화해서 요약하자면 노마 진도, 마릴린 먼로도 될 수 없었던 블론드라 불리는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을 다루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노마 진이라는 본명과 마릴린 먼로라는 예명, 그리고 그녀가 작품에서 맡았던 수많은 이름의 배역들. 그녀는 그 모든 이름에 자신을 투영하지만 그 무엇도 자신의 이름이 아니었기에 괴로웠던 사람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선 그 지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소설의 핵심 포인트를 외면하려한다면 당췌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냥 마릴린 먼로 전기를 바탕으로 오리지널 각본을 만들면 그만인 이야기인 것을..

 

더욱이 기분 나쁜 것은 소설에서 극히 일부인 베드씬을 이 영화에서는 모조리 차용한다는 점이다. 그저 마릴린 먼로를 둘러싼 가십에만 혈안이 된 파파라치 기자와 이 영화가 다를 바가 무엇인지 나는 분간하기 어렵다. 차이점이 있다면 굳이 쓰레기를 이쁘게 찍었다는 것 뿐이다.

 

아나 데 아르마스의 캐스팅도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당대 최고 예쁜 배우로 꼽혀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나 데 아르마스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릴린 먼로 역할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미셸 윌리엄스의 마릴린 먼로가 훨씬 훌륭했다. 마릴린 먼로의 명장면과 베드씬까지 찍으면서 열연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그녀 커리어에서 지우고 싶은 오점으로 남고 말았다.  

 

2시간 45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오프닝 시퀀스가 왜 저런지, 왜 쓰리섬 장면이 있고 캐스 채플린은 무슨 의미인지 쉬이 납득하기 힘들지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2001년에 4시간짜리 영화가 또 있던데 그건 어떤 작품인지 굉장히 궁금한데 볼 방법이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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