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토브리그(2019)

OOB 2021. 10. 25. 15:06
반응형

<스토브리그>는 소재부터 <머니볼>을 강하게 떠올리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내가 알기로 이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님께서도 <머니볼>을 많이 언급한 걸로 알고있고, 

<스토브리그>의 첫 화 첫 씬 또한 머니볼의 엔딩씬을 이어받은 듯한, 차에서 주인공이 운전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머니볼의 엔딩씬처럼 주인공을 측면에서 잡았다면 훨씬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의 설정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백승수 단장 역시 빌리 빈처럼 돈 없는 구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가난한 구단의 야구단장이라는 큰 방향성에서는 유사하나 야구단을 운영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 같은 스탯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반전을 꾀하는 빌리 빈과 달리 <스토브리그>는 war이나 wrc+같은 기초적인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들이 언급되고, 극 중에서 세이버매트릭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인사 영입도 있기는 하지만 백승수가 빌리 빈처럼 통계적 측면을 바탕으로 활약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백승수 단장은 구단 운영적인 측면에서 활약하면서 판을 흔든다. 흥미로운 것은 KBO와 MLB는 제도적으로나 구단 운영적으로나 아주 큰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를 아주 영리하게 극으로 끌고와서 백승수 앞에 과제로 던져놓고 하나하나 해결해가는데, 이는 <스토브리그>가 단순히 <머니볼>의 아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작품으로 우뚝 서게 만들어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스토브리그>와 <머니볼>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자 차이점은 이야기의 핵심이 야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머니볼>은 야구를 소재로 빌리 빈이라는 개인에 집중하고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스토브리그>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야구를 소재로 백승수라는 인물이 그의 팀(드림즈의 운영 프론트 포함)을 성장시키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니볼>이 일에 미친 사람이 일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개인을 찾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스토브리그>는 철두철미하고 차가운 단장이 아이러니하게도 팀에 열정과 온기를 불어넣는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브리그>를 보면서 <머니볼>보다는 <슬램덩크>생각이 훨씬 많이 들었다. 나에게 <슬램덩크>는 나의 유년기를 말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이자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인데, 성인이 되어서 <슬램덩크>를 다시 보고 느낀 점은 이 작품이 농구계에 존재하는 유형 하나하나를 캐릭터로 정말 잘 녹여내서 에피소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토브리그>또한 야구라는 종목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들을 에피소드로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고보니 <슬램덩크>는 캐릭터를, <스토브리그>는 소재에 조금 더 집중했다는 측면도 있긴하지만 어쨌거나 특정종목에 새롭게 입문한 주인공이 특정 기간동안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팀을 성장시킨다는 점이 겹쳐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캐릭터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권경민(오정세)역이었는데 확실히 이제는 빌런도 서사를 가져야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빌런의 빌런은 어떡해야하지?? 

 

<스토브리그>는 공중파 드라마의 단점을 그대로 안고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등장인물이 조금 많고, 12부작으로 압축하면 조금 더 깔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캐릭터의 매력으로만 시청자를 붙아주는 여러 공중파 드라마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된 핵심 주제를 가지고 힘있게 걸어간 좋은 드라마였다는 생각이 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