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2017)

OOB 2018. 5. 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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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중쇄를 찍자! (2016)'의 각본을 썼던 노기 아키코 작가가 각본을 쓴 작품입니다. 

중쇄를 찍자를 굉장히 좋게 봤었기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었고 얼마 전 왓플로 보기시작했는데..

중쇄를 찍자와 비슷하게, 완전히 매료되어서 금세 다 봤습니다..ㅎㅎ


계약결혼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간단히 정리하자면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두 남녀가(한 명은 일, 한 명은 사랑) 서로를 선택해주고 보듬어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츠자키(호시노 겐) 캐릭터가 프로독신남이라는 설정에 굉장히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상대적으로 미쿠리(아라가키 유이)는 매우 사회적으로 느껴지지만..(확실히 친화력은 좋은 캐릭터예요.) 머릿속 생각을 입밖으로 꺼내고 항상 자신의 오지랖을 후회하는 굉장히 소심한 캐릭터입니다. 


자연스레 소심남녀가 고용관계라는 틀 안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되는데 감정묘사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고 설득력도 갖췄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또 미쿠리와 카자미(오타니 료헤이)의 관계가 진전되어 괜한 삼각관계로 발전되지 않았다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많은 수의 멜로드라마가 삼각관계를 묘사하면서 설득력을 잃기도 하고, 또 이 작품의 경우는 굳이 삼각관계 필요없이 츠자키와 미쿠리 둘 사이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카자미가 미쿠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내용에서 좀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제 걱정은 기우였던 걸로.. 다시금 노기 아키코 작가에게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대사들의 활용도 참 좋았는데, 츠자키가 사소하지만, 나중에 떠올렸을 때 기분나쁠만한 말을 한 뒤에 사과하는 장면(온천에 놀러갔을 때) 같은 부분들은 참 디테일이 좋더군요. 서로 원만하게 이해하며 넘어갔음에도 자신이 잘못이 있는 발언들은 사과하고 정정하는 모습이 의미있는 대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됩니다. 예를 들어 게이인 누마타(후루타 아라타)에게 자신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 등등)


사회에서의 여성문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패러디나 유머를 이용해서 굉장히 부드럽게 화두를 제시한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미쿠리가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가사분담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은 대하드라마를 패러디해서 코믹하게 그려지는데,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이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패러디를 활용하지 않고서도 좋은 장면들이 많습니다.) 


물론 여성 문제 말고도 많은 이슈들을 건드리죠. 나이 많은 게이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PC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들이 적지 않은데, 투박하게 이슈를 제기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방식이 아닌(청춘시대나 라이브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었죠) 부드러우면서도 사려깊고 좋은 대사들로 이슈를 건드리는 장면들을 보고있으면 노기 아키코의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보다 한 차원 위라는 생각을 안 할수가 없더라구요. 


그럼에도 이야기의 핵심은 츠자키와 미쿠리, 유리(이시다 유리코)와 카자미 네 사람의 이야기가 될텐데, 네 사람 모두 어떠한 일들을 계기로 마음 속 한쪽 문을 닫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드라마가 11회 동안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단순한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딘가 마음 한 쪽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어주며 인간성을 회복해나간다는 점이 매우 중요해보입니다. 츠자키와 미쿠리가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온기가 느껴지는 포옹을 하는 것과도 맞닿아있습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이 모든 요소들을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과 함께 잡아내고 있습니다. '중쇄를 찍자'에서도 느꼈지만 노기 아키코 감독은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드는데, 주연급 캐릭터 뿐만아니라 조연급 캐릭터까지 모두 각자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호시노 겐과 아라가키 유이는 훌륭한 캐릭터를 만나 자신이 로맨틱 코미디에 얼마나 적합한 배우인지를 증명해냅니다. 캐릭터의 매력이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10%로 출발한 시청률이 마지막엔 20%가 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대중적인 매력도 큰 드라마였죠. 


방영 당시 상당한 화제였다는 코이 댄스 역시도 너무 매력적이더군요. 저는 그렇게 인기있는 지도 모른채 그냥 마음에 들어서 매번 챙겨보았는데, 아라가키 유이가 특유의 미소와 함께 춤추는 모습이 묘하게 중독성 있었습니다.


코이 댄스 클립


'중쇄를 찍자!'에 이어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까지, 노기 아키코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나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중쇄를 찍자가 조금 더 좋긴 합니다.) 

올해 방영된 노기 아코키 극본의 '언내추럴'도 상당히 기대하며 아껴놓는 중.. 

조금 쉬다가 다 챙겨보고 또 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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