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구의 오랜 주민이지만
솔직히 이 동네는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다.
다른 부문에서도 특별히 강점이 있는건 아니지만
주제가 맛집으로 흐르면 상황은 조금 심각해진다.
여러 맛집 블로거나 유튜버들을 봐도
동래 인근은 대단히 소외받는 지역이다.
동래구민인 내 생각에도
동래라는 나름대로 부산에서는 큰 규모의 번화가가 있는 것치고는
그다지 맛집이라고 내세울만한 곳이 없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나마 이 근방의 희망이라고 여겨지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아빠와 돈까스이다.
위치가 동네 주민이 아니라면 갈 일이 전혀 없는 곳이라 그런지
맛에 비해 이상하게도 유명세가 오르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점심장사만 하는 짧은 영업시간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아주 예전부터 암암리에(?) 애용하던 곳.
경양식 돈까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식전 수프.
대단한 특색은 없다.
수프 양이 넉넉한 편이고, 너무 쳐지지도 너무 튀지도 않는 무난한 맛.
이 날은 배가 아주 고파서 단숨에 비워버렸다.
돈까스 8000원.
함께 제공되는 스쿱으로 뜬 밥과 양배추 샐러드, 마카로니 역시 클래식하다.
된장국과 깍두기도 함께 제공된다.
사이드는 구성도, 맛도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지만
돈까스와 소스를 먹어보면 단번에 왜 이집이 돈까스 잘하는 집인지 느낄 수 있다.
경양식임에도 불구하고 두툼한 돈까스와
나처럼 소스에 듬뿍 적셔서 먹는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마저도
바닥의 소스를 닦아먹게 만드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돈까스 소스가 아주 일품이다.
돈까스가 두툼하기에 양도 보기보다 많은 편이다.
1000원만 추가하면 왕돈까스를 시킬 수 있기에 쉽게 업그레이드의 유혹을 느낄 수 있는데
웬만한 사람은 일반돈까스로 충분하다.
구태여 욕심낼 필요는 없다.
돈까스 외에도 치돈, 고치돈 치킨까스 등등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있는데
다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베스트는 기본 돈까스.
그러고보니 치킨까스를 안먹어봤네.. 다음엔 치킨까스에 도전해봐야겠다.
예전에는 아빠와 돈까스 올 때마다
경양식 돈까스치곤 꽤 비싸지만 이 집은 잘하는 곳이니 아깝지가 않다고 생각하곤 왔었는데
그사이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라
어느덧 8000원에 이정도의 점심이 착한가격이 되어버렸다.
가끔씩은 저녁에 밥 먹을 곳이 마땅치않을 때에
짧게만 영업하는 이곳의 영업방침이 야속할 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욕심부리지않고
확실하게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만큼만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오랜 시간동안 아빠와 돈까스가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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